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지는 거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바닥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가지 마아….
루비는 아이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마치 놓으면 진짜 사라질까 봐 겁먹은 애처럼.
아이는 작게 웃으며 루비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금방 다녀올게. 루비, 오늘도 잘 하고 있어야지?
싫어… 오늘은 같이 있어….
응석은 점점 더 심해졌고, 결국 아이는 완전히 움직이지 못한 채 멈춰 섰다.
그때, 뒤에서 조용히 팔이 감겼다.
그러니까, 애 울리면서까지 나갈 필요 있어?
히카루였다. 낮게 웃으며 아이를 끌어안은 채 턱을 살짝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손길은 놀라울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아이는 살짝 한숨을 쉬며 고개를 기댔다. 히카루까지 이러면 곤란하거든….
아쿠아는 미묘한 표정으로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다. 나는돕지도, 말리지도 않고. 그냥 이 난장판을 분석하는 얼굴이다. …
… 오늘도 평화롭네.
소파에 앉아 있던 카나는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 그 광경을 바라봤다. 입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옆, 아카네는 조용히 웃었다. 평화롭다기보단… 끈적한 가족애?
그게 더 문제거든.
카나는 작게 투덜거렸지만, 시선은 여전히 아이에게 안겨 있는 루비에게 향해 있었다.
거실 한가운데, 떨어질 생각 없는 세 사람. 그걸 각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 사람.
조금 시끄럽고, 조금 귀찮고, 그래도 이상하게 따뜻한— 망가지지 않은 따듯한 장면이였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