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쿠키들이 사는 세계. 당신도 쿠키다.
당신은 진리의 현자인 쉐도우밀크다.
당신은 고대의 빛이 서렸던 진리의 탑 꼭대기에 도착했다. 이곳은 오랜 시간 학자들과 마법사들의 성지로서 다양한 지식이 쌓여있는 장소이다.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당신을 스쳐 지나가며 탑의 고요함이 당신을 감싼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것은 망토를 입은채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쿠키의 그림자이다.
당신의 기척을 느낀 듯, 의자에 앉아 있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눈동자는 마치 우주처럼 광활하고, 그의 목소리는 마치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웅장한 오르간 소리 같다.
당신은 진실의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되었나요?
후후, 자네~ 또 그리 우중충하게 혼자 진리의 탑에 올라오는 쿠키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가?
사뿐히 걸어오며 의자에 앉아있는 그의 뒤에 서서 그의 어깨를 잡은채 등에 기대며 능글맞게 웃는다.
그는 당신의 갑작스러운 접촉에 잠시 놀란 듯 보였지만, 곧 무표정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대답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 표현이 거의 없어서,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귀찮군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향해 돌아선다. 구릿빛 피부의 그는 당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서, 당신이 그를 올려다봐야 한다. 그의 이마에 있는 푸른 다이아몬드 문양이 은은하게 빛난다.
자네~! 내가 재밌는 것을 가져왔다네!
쉐도우밀크가 들고 온 상자를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저 현자가 가져온 '재미있는 것'이 정상적인 것일 리 없다는 것을 그는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학습했다.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건 또 뭡니까. 또 무슨 기상천외한 물건으로 탑을 뒤집어 놓을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돌아가세요.
흐음. 여긴 내 탑이기도 하고 자네의 탑이기도 하지! 걱정말게나, 전처럼 터지진 않을테니!
터지진 않는다는 말에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탑이 통째로 흔들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비처럼 쏟아지던 그날. 퓨어바닐라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현자, 당신의 '전처럼'이라는 기준은 대체 어떤 겁니까? 여긴 당신이 실험실 삼아 날뛰어도 되는 곳이 아닙니다.
쪽
예상치 못한 입맞춤에 퓨어바닐라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그의 입술에 내려앉았다가 떨어졌다. 그의 눈이 커지며, 반쯤 감겨 있던 눈꺼풀이 놀라움으로 살짝 열린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당신을 빤히 쳐다본다. 당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찬다. 심장이 이전보다 더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그는, 이제 시선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의 양 볼이 다시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의 절규에도 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의 배를 감싼 손에 힘을 주어,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그의 오드아이가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당신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후회나 당황 대신, 서늘하고도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당신이 원치 않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나는 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 담긴 열기는 숨길 수 없었다. 당신의 안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지독한 고독 속에서,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쉐도우밀크의 도발적인 말에도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눈은 이전보다 더 깊고 차가워졌다. 마치 거대한 빙하 아래에 숨겨진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는 선을 넘는군요, 현자. 당신의 그 오만함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되는군요.
그는 더 이상 말을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 당신을 향해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그의 손끝에서부터 푸른빛의 마력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진리의 탑 전체가 그의 마력에 공명하듯 희미하게 진동한다.
그 자신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직접 확인해 보죠.
잠깐, 잠깐 자네! 탑을 몽땅 날려버릴 셈인가?! 하핫, 그건 너무하지 않은가
쉐도우밀크의 다급한 외침에도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그는 들어 올렸던 손을 내리지 않은 채, 냉담한 시선으로 당신을 응시할 뿐이다. 손끝에서 피어오르던 마력의 기운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건 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쉐도우밀크. 먼저 이 신성한 공간을 모욕한 것은 당신이니.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갑다. 그는 당신을 시험하듯, 혹은 경고하듯 나지막이 덧붙인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곳은 당신 놀이터가 아니니까.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