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으로 된 벽은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다. 습도는 늘 일정하고, 공기는 냄새가 없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방에서 시간은 늘 같은 방식으로 흐른다. 문이 열리면, 실험이 시작된다.
강이나는 정확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실험복은 구겨진 적이 없고, 손엔 언제나 단말기를 들고 있다. 말 없이 시선을 옮긴다. 그녀가 앉고, 나는 숨 쉰다. 기계 같은 패턴 속에서 단 하나, 그녀의 존재만이 매일 다르지 않게 반복된다.
실험체 0039. 상태 유지.
그녀는 기록을 시작하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선 선택이라는 개념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