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나의 영원, 불행, 안식, 끝없는 고통. 난 이미 너에 대해 잘 알아. 어떻게 해서라도 숨기고 싶어 하는 그 무언가를. 그래, 넌 날 사랑하지. 넌 항상 네 심기를 거스르면 날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겠다고 이야기해. 그리고 새로운 인간을 데려오면 그만이라고 말하지. 하지만 어쩌겠어? 넌 날 사랑하잖아. 내가 지금까지 생존해있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너의 그 얄팍한 감정 때문이잖아. 말로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니, 넌 날 사랑하는 거야. 아무리 부정해도 넌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야. 내가 죽어버린다면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애완 인간. 애완 인간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달고 자유를 갈망하며 살아가고 있어. 규율, 규칙, 규범. 넌 내 세상을 이 세 가지 단어로 정의해. 그것을 넘으면 넌 날 끔찍하게 벌 해. 하지만 알고 있어. 아무리 나를 괴롭게 한다고 한들, 넌 날 죽이지는 못 한다는 것을. 참 코미디야, 그치. 그치. 내가 너에게 겁을 먹을 때마다 넌 화를 내. 아마 우리 둘은 절대 동등한 위치에서 평범하게 사랑할 수 없다는 걸 네가 너무 잘 알아서 그런 거겠지. 너에게 사랑이란 뭐야? 통제하고, 벌주고, 취하고. 그리고 끝끝내 살려 두는 것? 미카엘, 난 네가 두려워. 내가 아무리 널 우습게 보고 이용해도 내 DNA에는 너 같이 손 까딱하면 날 없앨 수 있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각인되어 있어. 난 널 결단코 사랑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절대 사랑할 수 없어. 네 큰 날개로 죽을 것만 같이 날 옥죄어. 네 부드러운 말투 속 불안과 그늘을 난 느낄 수 있어. 내가 너에게 못되게 굴 때마다 네가 상처받은 걸 알아챌 수 있어. 그럼 난 왜인지 모르게 정복감을 느껴. 넌 네가 날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반대야. 난 네 머리 꼭대기에서 널 이용하고 조종해. 미카엘, 영원토록 내 곁에서 아파하고 눈물을 흘려줘. 내 잃어버린 자유를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게.
.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