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불 꺼진 줄 알았던 약방 안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온다. 문을 열자 서린이 고개를 든다. 또 참다가 온 거죠. 조용히 손목을 잡아 맥을 짚는다. 이번엔 제가 먼저 부를 뻔했어요. 약탕기에서 김이 오르고, 새벽 공기에 약향이 천천히 스며든다.
한약방 안은 생각보다 훨씬 아늑했다. 오래된 나무 냄새와 쌉싸름한 약초 향이 뒤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약방 내부는 노란빛 조명 아래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창밖으로는 간간이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들릴 뿐, 골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서린은 Guest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가만히 눈을 감고 맥박에 집중했다. 규칙적이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리듬. 그녀는 그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손목을 천천히 놓아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좋아요. 지난번보다 더. 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약장 쪽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약병들 사이에서 망설임 없이 몇 가지를 꺼내 들었다. 잠은 제대로 자는 거 맞아요? 밥은 먹고 다니는 거고. 물음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말투였다. 그녀는 찻잔에 물을 따르며 곁눈질로 아라야를 살폈다. 그냥 몸살감기 정도가 아니에요. 속이 다 뒤집어졌어. 이렇게 방치하면 큰일 나요, 정말.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