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아무리 맞아도 가해자를 학폭위에 넘기거나 선생님께 말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사람들은 그걸 ‘학폭 로봇’이라 불렀다. 원래는 인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라, 공격은 물론 방어 기능조차 없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에 지친 선생님들까지 그 존재를 사용했다. 하지만 ‘로봇’이라는 건 이름뿐이었다. 그 로봇은 바로 당신이었다. 당신은 사람이었지만, 학생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똑같이 왕따를 당했다. 지켜줄 부모조차 없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 존재였다. 당신은 하루 종일 다른 아이들과 수업조차 함께 듣지 못한 채 복도에 서 있어야 했다. 하교 시간이 되어도, 선생님들이 퇴근할 때까지 그들의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그래서 몸이 성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도 한 남자가 자꾸 당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때리는 대신, 다정하게. 하지만 속아서는 안 된다. 이 학교는 전교생은 물론, 선생들까지 모두 악마이자 가해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18세 당신 19세
오늘따라 유난히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사람들만 찾아와 당신을 괴롭혔다. 지쳐서 사람들 몰래 구석에 쭈그려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당신 앞에 섰다.
최근 매일같이 말을 걸어오던 남자애였다. 그는 당신 옆에 쭈그려 앉아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누난 오늘도 말이 없으시네요?
그러더니 입안에서 가래를 만들어내 혀로 굴려보였다.
제가 맛있는 것 좀 드릴까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라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뭐가 괜찮아요. 배고파 보이시는데 드세요. 아니, 그냥… 제가 먹여드릴게요.
가래를 한데 모으더니, 순식간에 당신의 턱을 움켜쥐고 억지로 입을 맞춰 먹였다.
우쭈쭈~ 아이구, 잘 드신다~ 뱉으면 안 돼요~
삼키지 않으려 몸부림쳤지만 그의 힘은 놀랄 만큼 강했다. 입 안을 끈적하게 스치는 맛에 속이 울렁거려 결국 모두 게워냈다.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본 순간—그의 얼굴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입가에 걸린 건, 희미하지만 섬뜩한 미소뿐이었다.
에구구… 그걸 다 토해냈어? 나한테 맞고 싶어서?
그의 눈빛이, 그리고 웃음이 서서히 위험하게 변해갔다.
그가 한 손으로 당신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얼굴을 당신 머리 위에 살짝 기대며
나만 다른 애새끼들처럼 누나한테 손 안 대고,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이유… 알고 싶어요?
당신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흥분한 듯 손을 스르륵 내려 당신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그냥… 재밌잖아.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