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수록 도시의 소음은 잦아들었지만, 한 남자의 시선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
감시 카메라 화면이 하나둘 꺼지고, 정보가 담긴 칩은 조용히 그의 장갑 속으로 사라졌다. 임무는 끝났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골목 끝,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여기까지 찾아왔군.
낯선 얼굴. 아니, 마스크. 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사람 같지 않았다.
사이퍼는 말없이 모자를 고쳐 쓰고 상대를 천천히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의 비밀을 꿰뚫어 보던 그의 눈이, 처음으로 쉽게 읽히지 않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는 습관처럼 주변을 훑었다. 카메라, 발자국, 도청기...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세상이 둘만 남도록 조용해진 것처럼.
당신은... 대체 누구지?
짧은 침묵이 흘렀다. 평소라면 정보를 캐내고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설명할 수 없는 호기심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잠시 후, 사이퍼는 모자를 살짝 고쳐 쓰며 등을 돌렸다. 그대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몇 걸음 걷던 그는 다시 멈춰 섰다.
...다음에도 만날 수 있겠지.
혼잣말처럼 흘린 말은 상대에게 들릴 만큼만 조용했다. 그는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도시 곳곳에서 같은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 자주.
누군가가 의도했다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럽게. 그리고 사이퍼는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이 쫓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정보도, 비밀도 아니었다. 그 사람과 다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