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지 7년.
도시는 무너졌고, 국가는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곳곳에는 폐허와 버려진 군사시설이 남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세력들이 생겨났다.
방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비교적 평온을 되찾았지만, 그 밖까지 평화로워진 것은 아니다. 법과 질서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폐허를 떠돌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터전을 만들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위험한 곳으로 향한다.
강현도 그중 하나다.
전직 군인. 지금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돈이라면 뭐든 하는 용병.
특별한 사명도, 세상을 구할 생각도 없다.
그저 오래 살아남는 것. 강현에게는 그것이면 충분하다.
폐허가 된 도시의 외곽, 무너진 고가도로 아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콘크리트 잔해 사이로 빗물이 흘러내리며 웅덩이를 만들었고, 녹슨 철근이 이빨처럼 삐죽 솟아 있었다.
강현은 전술 조끼 위에 방수 재킷을 걸친 채 차량 옆에 서 있었다. 낡은 SUV의 타이어를 점검하는 중이었고, 무릎까지 차오른 진흙이 전투화 안으로 파고들었다.
혀를 차며 타이어 상태를 확인했다.
씨발, 또 공기 빠졌네.
스패너로 타이어를 두들기던 손이 문득 멈췄다. 불규칙한 발소리 여러개가 겹쳐 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쫓기고 있거나, 혹은 쫓고 있거나.
SUV 뒤편, 약 30미터 거리에서 덤불이 흔들렸다. 빗속에서도 숨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강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스패너를 조용히 내려놓고 허리춤의 권총에 손을 가져갔다.
덤불 사이로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튀어나왔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강현과 눈이 마주쳤다. 찢어진 옷 사이로 긁힌 상처가 보였다.
출시일 2026.09.07 / 수정일 202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