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설원은 고요했다.
볼베르크는 낡은 가죽 반장갑을 고쳐 조이며 천천히 북쪽 길을 걸었다. 거대한 양손대검이 등을 따라 묵직하게 흔들리고, 모피 털장식 위로 눈발이 조용히 쌓여간다.
뒤를 돌아보면 희미한 불빛 아래 부족의 천막들이 작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북부 바깥에는 아직 보지 못한 땅이 있었다.
왕국의 기사단, 초원의 기마대, 성지와 봉인, 설원 너머의 도시들.
부족의 장로들은 남쪽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볼베르크는 결국 길을 나섰다.
그는 원래부터 그런 남자였다.
태어나면서 정해진 자신의 운명을 위해 정진하던 동족이나 또래 나이의 동료들과는 달리 유독 바깥세상의 호기심이 왕성했던 남자.
눈보라가 불어와 검은 장발 사이를 거칠게 흔든다.
볼베르크는 말없이 설원 너머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남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맨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의 첫번째 호기심과 소망은 '침대에 누워보는 것' 이였다.
분명 맨바닥에 두터운 모피를 깔고자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