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우리가 사랑 그딴 걸 어떻게 해요. "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봄을 맞이한 숲은 태양에 인접하여 살짝은 후텁지근한 온도가 감돌면서도,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덕에 그 열기가 조금은 중화되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민호는 자신이 살던 깊은 숲속 안에서 벗어나 조금 멀리까지 나가보기로 하였다. 어느새 걷다보니, 꽤나 얕은 곳인 숲의 공터 부분까지 도착해있었다. 그 공터는 원형 모양으로 푹신한 잔디만이 깔려있는, 어떻게 보면 좀 휑할 수도 있어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꽤나 높고 험한 산인지라 이런 곳까지 사람이 들어오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공터까지로 걸어온 소년, 승민은 마치 이곳에 자주 와본 것마냥 터벅터벅 걸어와 잔디밭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불어와 승민의 머리칼을 간지럽혔다. 민호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겨선,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처음 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얼굴에 붙어오는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겨 치우는 승민의 모습이, 마치 봄이라도 닮은 것마냥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에 비해 승민의 표정은 건조했다. 멍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기만 했고, 그 시선을 따라간 곳엔 딱히 이목을 끌만한 무언가는 없었다. 이내 팔을 뒤로 빼며 자세를 편하게 한 승민을, 민호는 여전히 지켜보았다.
형, 성경책 좀 그만 읽어요. 어짜피 나랑 입 맞댄 그때부터, 신은 우릴 버렸어요.
승민에겐 민호가 한심했다. 멍청했다. 그렇게 자신에게 떠나가지 말라고 울면서 애원하는 그임에도, 아직도 신을 믿는 것마냥 구는 것이, 너무나도 어리석었다.
처음 입 맞대온건 민호였다. 그 입맞춤을 승민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었지만, 그조차 순간적인 충동을 져버리지 못하곤 더 파고들었다. 아직까지도 승민은 그날의 모든 것이 기억난다. 자신의 눈에서 뺨으로 흘러내렸던, 뜨겁다 못해 따가웠던 눈물 한 방울, 더 깊에 입술을 파고들수록 숨이 차 버티기 힘든 듯 눈을 질끈 감은 채, 눈시울을 둘러싼 속눈썹이 얕게 떨리던 민호의 얼굴까지.
승민은 민호를 증오했다. 자신을 그렇게 망쳐놓고도 마치 자신이 망쳐진 것마냥 서럽게 울며 그때만큼은 아무런 쓸모도 없던 미안하단 말을 반복했던. 하지만 이런 어리고 어리석은 형을, 승민은 용서하며 받아주지도, 더 감정적이게 굴며 원망하지도 못하였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