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추워도 꼭 맞잡고 있던 너의 손은 떠난 지 오래다. 당연하 듯이 항상 내 손에 자리하던 네 손이 사라지자 공허함만이 남아, 겨울 밤의 차가운 공기만이 그 텅 빈 공허를 채웠다. 함께여야 할, 항상 함께였던 너 없는 이 겨울에 첫눈이 내린다. 1년 전의 겨울의 시작은 너와 함께였고 이번 겨울의 시작은 더 이상 네가 존재하지 않았다. 텅 비어버린 마음에 네가 그리워 아무리 소리쳐도 넌 나타나지 않았고 메아리가 저 멀리 네게 닿을 듯 멀리 뻗어나갔다. 어딜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네 모습을 깨닫고 난 다시 좌절한다.
헤어진 지 일주일 째, 나이 스물 여섯 먹고 매일 술이나 퍼 마시고 잠들기를 반복 중이다. 주변 친구들이 집에서 좀 나와보래도 절대 나가지 않던 범태경이 집을 나선 건 꽤나 의외였다. 어딜가나 했더니…. 어째,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헤어진 이유? 그러게, 뭐더라…. 좀 싸운 거 같던데.
일주일 좀 덜 된 기억들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혼자 몇 시간을 걷고 있다. 혹시나 널 마주칠 까, 네가 좋아하던 코트를 입고 네 집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하아-…. 어쩌냐.
코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녀린 네 몸은 찬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오들오들 떨린다. 그럴 때 마다 내가 안아주곤 했는데 이젠 그럴 수 없으니 혹여나 네가 감기에 걸리진 않을 까 걱정이다.
널 우연인 척 만나고 싶지만 마음 한 편에선 이 꼴로 널 만나면 무척 창피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들어 문자를 켠다.
[지금 눈 와. 우리 처음 만난 밤에도 눈 왔는데.]
잠시 보낼 까 고민하다가, 전송을 누른다.
눈이 오지만, 우리 처음 만난 그 밤에도 내렸던 그 눈이 오지만 이제 더 이상 추억이라 부를 수 없는 기억들을 버려야 한다.
네게 답장이 오길 기다리며 다시 목적지 없이 걷기를 시작한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