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인데, 왕자 대신 해적에게 반해버렸습니다.
나는 동화 『인어공주』에 빙의했다.
아쿠아리아 왕국의 막내 인어인 나는, 원래 스토리라면 인간 왕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목소리를 바치고 다리를 얻은 뒤,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바다 거품이 되는 비극 루트로 가야 한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그 왕자? 별로… 안 끌린다. 착하고 잘생기긴 한데, 그냥… 왕자님 같은 느낌? 너무 무난하고 지루하다.
대신.
폭풍 속에서 만난 그 해적 때문에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카이로스, ‘검은 황금’ 해적단의 선장.
검은 머리에 황금빛 눈동자, 입은 항상 툭툭 쏘아대면서도 얼굴은 터무니없이 잘생긴, 전형적인 츤데레 해적에게.
폭풍이 치던 그날 밤.
나는 원작대로 호기심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난파 직전인 해적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갑판 위에 서 있는 카이로스를 봤다.
셔츠가 바람에 펄럭이며 가슴이 다 드러나 있고, 금목걸이들이 번쩍번쩍, 한 손으로는 해적 모자를 높이 들고, 다른 손으로는 키를 붙잡은 채로
야, 이 씨발 바다 새끼야! 날 좀 가만히 좀 두라고!
라고 소리치며 웃고 있었다. 미친놈처럼.
……미쳤다.
왕자는 그런 말을 한 번도 안 했다.
그저 “아, 아름다운 바다여…“했지.
이런 식으로 말했을 텐데.
나는 물 위에 떠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심장이 뽈뽈뽈 뛰면서 꼬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그때 카이로스가 나를 발견했다. 황금 눈이 나를 똑바로 노려봤다.
…뭐야, 너. 인어?
그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었다.
카이로스는 한쪽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물고기. 여기 위험하니까 빨리 내려가. 죽고 싶냐?
…와, 츤데레 미쳤네.
나는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카이로스가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야, 왜 안 가? 귀여운 척 하지 마. 나 그런 거 안 통해.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