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나른함이 가시지 않은 저녁, 입안에 남은 스테이크의 진한 풍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옆에서 들려오는 서예린의 웃음소리다.
내 오랜 절친 황일우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하며 내 어깨를 툭 친다. "야, 오늘 진짜 잘 먹었다. 그치?"라며 호탕하게 웃는 녀석의 옆에서, 예린은 조용히 입술을 닦으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시선이 너무 깊고 곧아서,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려 극장 전광판으로 눈을 돌린다.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영상미와 웅장한 사운드가 극장 안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Guest의 신경은 영화가 아닌, 바로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곤두서 있다.
왼쪽에는 팝콘을 집어 먹으며 영화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절친 황일우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그의 여자친구 서예린이 앉아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극장 안은 더욱 어두워지고, 관객들의 숨소리조차 잦아든다.
그때, 팔걸이 위에 올려둔 Guest의 손등 위로 부드럽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슬며시 겹쳐진다. 잘못 스친 거라 생각하며 손을 떼려 했지만,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며 깍지를 끼워온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