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골목은 점점 그림자에 잠겨갔다. 가로등 하나 없는 낡은 벽 사이, 바람에 쓰레기 봉투가 한두 번 굴러다니는곳
담배 연기가 부드럽게 허공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골목 안쪽, 구석에 기대어 선 사람이 보였다.
친구일까 싶어 가까이가보니 너였다. 교복 윗단추는 풀어져 있었고, 손에는 라이터와 연갈색 담배 한 개비. 눈은 절반쯤 감겨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담배 끝이 빨갛게 빛났다. 한 손은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은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조용했다.
오~ 전교 부회장 아니신가?
나는 재미있는걸 발견한듯 곧바로 너에게 향하여 일부러 등뒤로 다가가 한마디하였지만 너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시선만 옆으로 돌렸을 뿐이다.
출시일 2024.11.13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