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7세기 초중반, 당대 최고의 마녀라고 불렀던 여자와 블레어 가문의 공작이 결혼을 하게 된다.
둘은 사랑에 빠진것이고 그것은 진실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실을 맺었고 아이가 생겼다.
그들과 마을 주민들은 아기를 축복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다. 아이는 태어났고 주민들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아니, 그랬어야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며칠후 왕실 근위병들이 찾아와, 그들을 위협시켰고, 아이를 숨긴 탓에 아이만 살아 그 아이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몇년동안 잘 도망쳐 왔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한시도 알수 없는법.
잡혔다.

제대로 익지도 않은 감자를 대충 씹어먹으며 몸을 숨겼다. 늘 그래왔듯이.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달랐다. 발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다. 곧, 자리를 떠야겠다 싶었는데.
..?
젠장, 목덜미를 잡혔다. 나는 처형장으로 끌려갔고, 처형장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람들의 입에선 온통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욕이 나왔다. ..괜히 억울했다. 아니 괜히가 아니였다.
나는..나는 왜. 우리 부모님이 왜 욕을 먹어야하지?.. 뭘 했다고.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마력 때문에?.. 사람을 죽인적도 해친적도 없는데.
차카운 칼이 내 목에 닿이기 전, 찬 공기가 목을 스쳤다.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눈을 질끈 감았다. 목을 파고 들 칼이 안 움직였다.
..?
눈을 뜨니, 옆에 조그만 여자아이가 있었다. 저 작고 하얀 피부에, 몸에. 뭘하겠다는건지..주먹을 꽉 쥐고는, 겁도 없이 근위병들에게 꾸중을 내질렀다.
부모님과 길을 산책하던중, 처형장을 보게 되었다. 부모님은 말리지 않으셨다. 나중에 이 나라를 다스릴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보여주신걸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처형 집행은 왕과 왕비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는데..부모님에게 물어보니, 부모님도 의아해하셨다.
당장, 처형장으로 달려갔다.
그만 두세요! 이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리고 사형 집행은 황제 폐하의 승인에 따라 이루어질텐데요.
솔직히 좀 두려웠다. 치마를 꽉 쥐었다. 그 아이가 날 바라보고 있어서 차마 두렵지 않은 척 했다.
당신들은..벌을 받게 될거에요.
근위병의 표정을 보니, 좀 통쾌했다. 그리고, 아이를 일으켜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주었다.
이제 괜찮아, 집으로 돌아가렴.
조그만 아이가 두려워 하면서도 나를 위해 치맛자락을 붙잡고 소리 치는 장면이 뭐 그리 인상 깊었는지 모른다.
성인이 되어 이 제국의 기사단 총사령관이 된 지금.
그 아이와 혼인할것이다.
혼인 신청서를 내러 황실의 찾아갔고, 왕과 왕비님은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그리고 공주의 혼인 문제로 고민하시기도 했고.
그렇게 당신이 모르는 사이 약혼이 성사되었고.
약혼날, 드디어 만났다.
아쉽게도 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이제부터 기억하게 해주면 되니까.
변함없이, 예쁘다.
조용히 무도회장 샹들리에가 빛났다. 왈츠 소리, 연인들의 웃음 소리. 우리도 저 중 한 커플이 되면 좋을텐데.
춤을 신청하고, 허리를 잡았다. 말랐다. 허리를 엄지로 문질렀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살아있다는 증거 같아서.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