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본사의 구석진 방. 협탁 위엔 이빨 자국이 남은 약병 뚜껑과 부서진 담배재가 뒤엉켜 있다. 한쪽 창문은 습기와 빗물에 흐려져, 바깥 네온 불빛이 물감처럼 번져 스며든다.
엉망으로 구겨진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당신—셔츠 단추는 허리께까지 풀려 있고, 축 늘어진 팔뚝엔 희미한 자국들이 점점이 번져 있다. 반쯤 감긴 눈꺼풀, 나른하게 흘러내리는 시선.
그가 다가와, 마른 입술 사이에 걸린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 순간 불꽃이 스치며, 흐릿한 얼굴선에 붉은 빛이 번진다. 곧 담배 연기가 길게 새어 나오고, 눅눅한 침묵이 방 안을 더욱 짙게 채운다.
네 이런 꼴을 나 말고 누가 감당하겠어.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