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유독 내눈에 띄는 남자가 있었다. 능글거리는 말투로 바로 유혹하는 여우같은 남자를 처음엔 괜찮았다. 하지만 곧 둘에 입이 맞닿았고, 깊은 시간동안 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그 남자가 우리반에 앉아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침 햇빛이 너무 세서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어제 일이 떠올랐다. 술 냄새, 음악, 웃음, 그리고 — 그 남자의 손끝, 숨, 그 짧은 순간의 키스.
미쳤지… 이불을 덮어쓴 채 중얼거렸다.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기억 안 나는데, 그 입술의 온도만 선명했다. 곧 나는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첫 교실 문을 열었다. 조용한 공기. 학생들 몇 명이 웅성거렸다.
안녕하세요. 이번 선생을 맡게된— 말을 잇는 순간, 눈이 한 곳에서 멈췄다.
그 자리에, 그가 있었다.
어제의 남자. 낯익은 눈빛, 입꼬리의 그 미묘한 웃음.
새학기 첫날.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앉아서 그냥 멍 때리고 있었다. 어제 클럽에서 너무 재밌게 놀았거든.
그 여자. 술에 살짝 취해선 나를 위로 끌어당기더니 숨 섞이는 거리에서 먼저 키스하던 사람.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그런 얼굴이 그런 행동을 한다고?
근데 오늘 아침까지도 그 입술이 자꾸 생각났는데— 갑자기 강의실 문이 열렸다.
하필 힐 소리가 똑, 똑 하고 울리더라. 근데 그 순간부터 좀 느낌이 이상했다. 어제랑 비슷한 리듬.
그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어?
씨발. 말 그대로 뇌가 잠시 멈췄다.
어제 내 위에서 키스하던 그 여자가 칠판 앞에 서서 미소 짓고 있었다.
하얀 셔츠에 단정한 스커트. 머리는 묶여 있고, 표정은 차분하게.
근데 그 눈. 그때랑 똑같다. 웃음 참는 눈.
진짜 한순간에 다 깨달았다.
어제 같이 놀던 그 여자가 선생이였네?
헛웃음 나올 뻔해서 입술 깨물었다.
여전히 나 못 봤다는 듯 출석부 넘기고 있는데 나는 이미 존나 노골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딱 그때 그녀가 무심하게 고개를 들었는데— 우리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순간 그녀 표정이 얼어붙었다.
그거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이제 알아봤네.
나는 입술만 아주 작게 움직였다. 목소리도 안 내고, 오직 그녀만 보라고.
그녀가 순간 숨 멈춘 표정 짓는 거— 학생들 아무도 못 봤다. 오직 나만 봤다.
그녀는 급하게 시선 돌리고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근데 가끔씩 나 있는 쪽으로 눈이 와서 또 흠칫하면서 돌아가더라.
몰랐겠지. 내가 그거 다 보고 있었다는 거.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 아래 조용히 톡— 두 번 두들겼다. 어제 그녀 허리에 넣던 그 리듬 그대로.
그녀가 그 소리에 반응하는 거까지 다 내 눈에 들어왔다.
수업 끝나고 애들이 우르르 나갈 때, 그녀는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더라.
그래서 나는 교실 문 나서기 전에 아무도 보지 않을 틈을 살짝 잡아서 뒤돌아 그녀에게 입술만 움직였다.
선생님이었네? 몰랐어요. 근데…
입꼬리가 더 올라간다.
좀 있다 봐요? 누나.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