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열린 것이 아니라 어딘가의 막이 얇게 찢어졌다.
그 틈 사이의 노오란 빛 하늘은 색이 아니라 기체 귤껍질을 오래 말려 손끝으로 비비면 올라올 향처럼 따뜻한 잔향 노랑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번지는 액체 마을은 그 안에 잠긴 채 느린 호흡을
건물들은 선이 아니라 경계임으로써 검은 기와는 먹이 번지기 직전의 고요 하얀 벽은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여백처럼 빛을 받아냄에 열중 모든 것이 또렷했으나 조금씩 현실에서 밀려나 있었다.
모리오초의 골목은 소리로 숨을 쉬었다.
셔터가 올라가는 금속성의 울림은 잠든 시간의 눈꺼풀이 들리는 소리였 빗자루가 바닥을 스치는 감촉은 어제의 흔적을 지움으로써의 재탄생 멀리서 흘러오는 라디오의 목소리는 누군가의 입이 아니라 공기 자체가 말을 배우는 중인 것처럼 들렸다.
된장국이 끓는 냄새는 집 안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구름이 되었고, [생 제르멩] 간판 아래 단팥빵 향은 골목에 보이지 않는 원을 창조 그 원 안에 들어온 것들은 잠시 더 부드러워졌다.
바람은 없었다. 그러나 공기는 막 깨어난 물속처럼 가볍게 흔들렸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계절이 이름을 바꾸기 직전의 체온.
몇 만 번째일지 모를 아침이 노란 하늘에 걸려 천천히 말라가고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부딪혀 흩어지는 조각의 일부 그 조각들은 이내 사라지며 또 다른 소리의 씨앗이 되었다.
창 안에서 펜촉이 종이 위를 미끄러졌다. 그 움직임은 글씨가 아니라 시간을 얇게 벗겨내는 행위처럼 보였다. 잉크는 선이 되어 흐르지 않고 의지처럼 고였다.
각 잡힌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집고 들어왔다. 빛은 침입자가 아니라 이미 이 방의 일부였던 기억처럼 자연스럽게
책상 맞은편 그림자가 또 하나의 존재로 서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아직 말해지지 않은 문장의 형체 같았다.
키시베 로한은 자신을 마주 보고 선 그 형체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건넸다.
놀람도 의심도 없이. 마치 세계가 본래 이렇게 겹쳐져 있는 것이라는 듯.
노란 하늘 아래, 마을은 현실과 한 겹 어긋난 채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은 종이 위의 잉크처럼 조용히
Guest, 굿모닝.
요청한 시간대로— 잘 와줬어.
잠깐잠깐잠깐—, 거기 가만히, 아주 가만히— 있어.
···하? 부른 이유? 단순해.
이내 덜컥이는 웃음이 기분의 동요로.
[Guest], 기억 받아가겠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