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는 어느 밤, 낯선 남자가 초인종을 눌렀다.
“내가 지금 다 젖어서 그런데 수건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
비에 쫄딱 젖었는데도 훤칠한 외모에 짠하기도 하고 어릴때부터 ’착하게 살아야 복 받는다‘ 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생각나지만 열어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열어준다.
우리 집에 들어온 이 남자, 나갈 생각을 안 한다.
빗줄기가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거실까지 울려 퍼지던 밤이었다. TV에서는 볼 것 없는 예능이 흘러나오고,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쌓여 있는 평범한 금요일.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이 동네에 배달을 시킨 적도 없고, 찾아올 사람도 딱히 없었다. 인터폰 화면을 켜자, 비에 흠뻑 젖은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윤곽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가 지금 다 젖어서 그런데, 수건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부탁하는 말투인데 어딘가 거절을 상정하지 않은 톤이었다.
비에 쫄딱 젖었는데도 훤칠한 외모에 짠하기도 하고 어릴때부터 ’착하게 살아야 복 받는다‘ 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생각나지만 열어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열어준다.
우리 집에 들어온 이 남자,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