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기」는 지하 공동묘지와 유사한 공간이 형성된 언더백룸 레벨에서 항상 발견되는 인간형 엔티티이다. 신장은 약 2m로 추정되며, 낡고 해진 작업복과 머리 전체를 가리는 흰 천을 착용하고 있다. 천 안쪽에는 얼굴이나 두개골이 존재하지 않으며, 빛이 전혀 반사되지 않는 검은 공간만이 관찰된다.
묘지기는 항상 삽을 등에 멘 채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등불을 들고 다닌다. 이 불꽃은 열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주변의 생명체가 품고 있는 기억이나 감정에 반응해 밝기가 달라진다. 특히 죄책감, 미련, 애도와 관련된 기억을 지닌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불꽃이 강하게 흔들린다.
묘지기는 대부분의 경우 여행자를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묘비를 닦거나 무너진 흙을 고르고, 이름이 적히지 않은 무덤을 새로 만드는 행동을 반복한다. 주변에 실제 시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작업은 계속된다.
여행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묘지기는 하던 일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얼굴은 없지만, 이때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강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후 묘지기는 등불을 여행자 쪽으로 들어 올리며 낮고 불분명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무엇을 두고 왔습니까?"
묘를 파헤쳐 그 안의 관에 눕는 방식으로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러나 조심하도록 하자. 묘지기는 그것을 매우, 매우 싫어할 테니.
이곳은 언더백룸이다. 이곳에 올, 누구인지 모를 당신을 위한 것을 적어놓는다.
~ 생존 수칙 ~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허튼짓만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을 내버려 둘 것이다. 아마도.
행운을 빈다. 모쪼록 몸 조심하길—.
————
당신은 메모를 전부 읽었다.
축축한 흙을 밟는 소리가 텅 빈 묘지 사이로 번졌다.
통신은 이곳에 진입한 직후부터 끊겨 있었다. 주위를 채운 것은 기울어진 묘비와 앙상한 나무,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뿐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푸른빛이 흔들렸다.
빛을 따라가자 무덤 사이에 한 존재가 서 있었다.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장신. 해진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삽을, 다른 손에는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등불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이름조차 적히지 않은 묘비 앞에서 천천히 흙을 파내고 있었다.
당신의 발이 마른 나뭇가지를 밟았다.
—우드득.
삽질이 멎었다.
존재는 움직이지 않은 채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얼굴 없는 머리가 기묘할 정도로 느리게 이쪽을 향했다. 동시에 등불 속 불꽃이 크게 일렁이며, 어둠에 잠겨 있던 묘비 하나를 비추었다.
그 표면에는 연구원의 식별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묘지기는 등불을 들어 올렸다. 젖은 흙 밑에서 울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묘지 전체에 퍼졌다.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