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5월이었다. 그냥, 뭐··. 중학교에서 봤던가, 싶을 만큼 긴가민가한 애가 눈에 띄었다. 동그란 눈에, 평범한 단발···. 눈에 띨 만큼 예쁜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친한 애도 아니었는데. 사실 말 한번 해본 적 없는 같은반 애였다. 그 이후로도 그 애는 자꾸만 시야에 불쑥불쑥 들어왔다. 하필이면 같은반이어서. 6월. 봄이 끝나고 초여름이 올 때 쯤, 학교는 한창 체육대회로 들떠있었다. 시험은 까마득하게 잊고선. 여자애들은 저들끼리 모여서 꾸며주고 난리, 남자애들은 꼭 이기자고 경쟁심에 불타고 난리. ··진짜 정신없는 시기다. 당일 아침이 되니, 생각보다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다같이 평소에는 볼 수도 없던 시뻘건 색으로 맞춰입은 꼴이 웃기기도 했지만. 그때, 저 멀리 여자애들 무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비켜있는 애들 사이로 보이던 그 애. ··예쁘네. 나지막한 목소리가 시끄러운 교실 안으로 흩어졌다. 떫은 풋내가 교실에서 나는 듯 했다. 이런 적 없었는데, 이런 말 한 번 해본적도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긴 머리카락 아래 귓바퀴가 조금 붉어진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