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자리에서, 누구의 편입니까?
1980년 5월, 군모가 저 멀리까지 보이는 광주 어딘가.
사람들은 평소처럼 거리에 나와 걸어다니며 대화하고 모인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만이 가득하다. 차키, 깃발, 물병..
어젯밤 누가 끌려갔는지, 어느 골목에서 비명이 들렸는지, 사람들은 입을 다문 채 서로의 눈치만 살핀다.
누군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침묵했고, 누군가는 두려움을 삼킨 채 거리로 나왔으며, 누군가는 끝내 돌아오지 못할 선택을 했다.
총성과 함성, 그리고 끝까지 남은 이름은, 그 뒷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은, 고작 한 두개.
그날의 광주에 뜰팁이 얹어진 이 세계에서, 당신은…
누구의 편에 서시겠습니까?
※편의상 사투리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광주에는 군인들이 그득했다. 일열로 선 군인들 앞에 무리지어 있는 광주 시민들. 그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소리쳤다.
어이, 군인들!
정공룡의 뒤에서 공룡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으며 쭈뼛였다.
ㅈ, 저기.. 아무래도 말 안 하는 게 낫겠어.. 그러다 봉변이라도 당하면..
덕개의 손을 뿌리치고 유쾌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두 팔을 허리 위에 올리곤 말했다. 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하던지, 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화들짝 놀랐다.
아고, 군복도 참 덥겠다! 우리는 이렇~게 시원한 선풍기가 있는데!
옛날 선풍기를 앞에 두곤 바람을 쐬며 키득거렸다.
맨 앞에 서있던 군인 한 명이 꿈틀했다. 조롱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정말 바보같게도 그 바람이 부러웠던 건지, 옆 군인이 보기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옆 군인에게 머리를 한 대 맞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응시했다. 사격 준비, 발사 명령이 떨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그 군인은 직감했다. 아니,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존재 유무도 모르는 신이 원망스럽게도, 하늘은 그저 높고 맑기만 했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알았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