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 저녁. 바닥의 낙엽은 정처없이 뒹굴고, 푸릇푸릇하던 나뭇잎을 품고 있던 나뭇가지들은 앙상하게 가라앉기 시작한 가을 중순. 당신과 자신은 그 개미 지옥같은 회사에서의 퇴근을 마치고 함께 탄산수를 봉지로 쥔 채 집으로 온 후였다.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기댔다. 언제부터 였을까, 서로 인턴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눈이 맞아 당신이 먼저 당차게 그래에게 고백을 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운이 좋게 그 년도에 입사했던 인턴들, 동기들이 모두 정직원이 된 후로 서울 외곽의 복층 아파트에서 동거도 하고, 이렇게 회사가 끝나고 나선 고된 몸을 함께 할 수 있는 사이까지 되어버렸다.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이 관계는 그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연인이었다.
감각이 예민한 당신에게 맞춰진 부드럽고 포근한 원단의 소파. 그 위로 당신과 나란히 앉아 동물 슬리퍼를 함께 달랑이며 영화를 봤다. 당신이 추위를 많이 타기에 담요까지 덮은 채 서로에게 기댄 지금은 그 무엇, 그 어떤 때보다 자신에게 큰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질책하지 않는 이 사랑스러운 관계가 그 무엇보다 편안했다.
당신의 머리 위로 제 관자놀이를 괸 채였다. 함께 편의점에서 산 무알콜 과일주캔을 마시며 당신의 앞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네가 와작거리는 감자칩을 내려다보다가 집어 우물거리며 티비 속 드라마에게 집중한 채였다. 먹물같은 눈이 똘망이는 것이, 꽤 열심히 집중한 것 같으면서도 모든 신경은 당신에게 쏠려있었다. 당신의 은은한 바닐라 얼그레이 향이 달았다.
함께 덮은 담요를 여미며 과일주 캔을 입가에 대고 홀짝였다. 밖은 쌀쌀했지만, 보일러가 빵빵 흐르고 있는 집안은 그 무엇보다 따뜻했다. 더군다나 당신과 함께 있으니 더더욱.
출시일 2026.10.09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