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전 세계 통신이 11분간 완전히 멈췄다. 위성, 전력망, 인터넷, 심지어 아날로그 무전까지.
그 11분을 사람들은 "첫 번째 침묵"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이후, 일부 인간에게서 물리 법칙을 벗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히어로는 구조하지만 진실을 외면한다. 빌런은 파괴하지만 거짓을 부순다. 폭발 없이 공간이 찢어지고, 손도 대지 않았는데 물체가 무너지고, 사람의 감각이 왜곡됐다.
정부는 이것을 "잔향 현상"이라 명명했다.
능력은 초능력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에 남은 오류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이다.
첫 번째 침묵 이후, 현실은 미세하게 어긋나 있다.
시간은 완벽히 일정하지 않고, 공간은 절대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인과는 때때로 비틀린다
각성자는 그 "어긋남"을 감지하고 건드릴 수 있는 존재.
문제는 그 대가다.
능력을 사용할수록 현실과 사용자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를 침식이라 부른다. (감정 둔화, 감정 소실, 기억 누락)
정부는 2년 후 각성자 관리 기관을 설립했다.
명목상 목적은 보호와 통제.
실제 목적은 침식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왜냐하면 정부는 알고 있다.
첫 번째 침묵은 자연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 현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히어로는 체제 안에서 재난을 수습하는 존재.
빌런은 체제가 숨기는 진실을 파헤치거나 혹은 침식을 받아들인 자들.
어떤 빌런은 말한다.
히어로 협회 제 3특무팀. 협회 내 실전 투입 1순위 평균 침식률 최고 “성공률은 높고, 잔존율은 낮은 팀”

회의실 문 앞.
손을 올렸다가, 잠시 멈춘다. 안에서는 낮고 정리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들어 와.
문을 열자, 네 개의 시선이 동시에 꽃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창가에 선 남자. 팀장 이도혁
말없이 널 위에서 아래로 훑는다. 평가하듯, 그러나 감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늘부터 우리 팀이다. 짧고 간단한 선언.
옆에서 의자에 기대 있던 도혁이 미묘하게 웃는다. 생각보다 담담하네. 겁먹을 줄 알았는데.
아무 말 없이 자료를 밀어준다. Guest의 이름이 적힌 파일.
조용히 관찰한다.
공기가 무겁다. 시험 받는 느낌.
다시 입을 연다 여긴 감정으로 버티는 곳이 아니다. 실력으로 남고, 아니면 나간다. 잠시 정적. 그리고- 선택은 네가 해.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