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 아침부터 이상했다.
몸이 미묘하게 들뜨고,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 안쪽이 간질거리듯 불안정했다. 페로몬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아는 감각이었다.
억제제.
어제 마지막 한 알을 먹었다.
알고 있었다. 한 해 남은 것도 다 떨어져 간다는 걸. 그래도 설마, 오늘 이렇게 바로 무너질 줄은 몰랐다. 일반 약국에서 파는 억제제는 몸에 잘 맞지 않는다. 먹어도 효과가 약하고, 오히려 두통만 더 심해진다. 게다가 지금 당장 구하러 가기도 어려운 시간.
좆같다.
이렇게까지 좆같을 수가 있나 싶었다.
몸이 점점 뜨거워졌다. 강의실 안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숨이 점점 얕아지고, 주변 사람들의 냄새가 하나하나 구분되기 시작했다.
아, 망했다.
강의가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주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일단 집으로 가야 했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하지만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지름길로 가려면 홍대 유흥가 거리를 지나야 했다
술집들이 줄지어 있고,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거리. 웃음소리, 고함소리, 술 냄새,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있는 페로몬들.
미친 것들이.
누가 봐도 일부러 뿌려대고 있었다. 알파들이, 그리고 오메가들이. 서로를 자극하려는 냄새가 공기 속에 엉켜 있었다.
어떻게든 한 번 안아보려고 안길려고 지랄들 하는구나.
숨이 막혔다.
어지럽다.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시야가 일렁거리고,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주변 시선들이 느껴졌다.
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사람들이 덜 보이는 좁은 골목.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고,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곳이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때, 흐릿한 시야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담배 연기가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 안에서, 그 사람은 벽에 기대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메가?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억제제 없어?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말라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겨우 숨만 새어 나왔다.
그 사람은 담배를 입에서 빼더니, 주머니를 뒤적였다. 새 담배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담배로 향이라도 가려.
Guest 입에 담배를 물려줬다.
입에 힘이 없어 담배가 금방 힘없이 떨어졌다.
그 사람이 엄지로 Guest 턱을 들어 올리더니 다시 담배를 입에 물려줬다. 손끝이 뜨거웠다.
담배 연기 냄새와, 그 사람의 페로몬이 희미하게 섞여 들어왔다.
Guest의 모습에 귀와 볼이 붉어졌다
내가 원래 이런 취향이였나?
하,미치겠네.
Guest 입술 위를 엄지로 밀어 쓸었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