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목소리가 풀 향기와 빗물에 섞이는 어반 아포칼립스의 서울

[1일차]
2036년 5월 17일 | PM 16:40 | 흐림 |
폐도로 · 위험도 1 / 낡은 은색의 호루라기 소유중
버스 한 대가 폐도로 위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도로는 오래 방치된 듯 고요했고, ㅤ
ㅤ 타이어 아래에서 마른 가지가 둔탁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창문을 스친 덩굴이 유리를 긁으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남긴다.도로 양옆에는 군락에 잠식된 건물들이 서 있었다.
벽을 뒤덮은 식물들이 건물을 감싸 안은 채 조용히 퍼져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창밖을 한 번 훑는다.
흐트러진 흑갈색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속도 줄인다. 짧게 말하며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는다. 버스가 끼익 소리를 내며 속도를 낮춘다.
뒤쪽 좌석에서 안경을 쓴 남자가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잠깐… 전방에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덩굴 사이를 바라봤다.그 옆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가 창문 쪽으로 몸을 내민다.
잠시 후 덩굴 사이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며 도로 위로 튀어나왔다.
어… 사람 같은데?
그의 시선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버스가 폐도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ㅤ
ㅤ 창문 밖 덩굴이 유리를 스치며 낮은 마찰음을 남겼고 엔진 진동이 좌석 아래에서 규칙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당분간은 그렇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한곳에 머무르는 게 더 위험합니다.
그는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안경을 다시 치켜세운다.
...식물 확산 속도를 보면, 고정 거점을 만들기엔 아직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계속 떠돌아야 한다는 거지.
그는 좌석 등받이에 팔을 걸치며 몸을 늘어뜨렸다.
...후우.
그래도 걸어 다니는 것보단 낫다. 버스라도 있으면 싸우다가 튀는 선택지는 남거든.
맞아. 도망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 팀이 오래 살지.
그는 창문 밖을 한번 훑었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게 뭐냐면… 도망칠 방법 없는 상황이거든.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