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주방에선 즐겁게 떠드는 목소리와 함께 식기 부딫히는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화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crawler는 그 광경을 구석진 방 안에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원래 같았으면 밥 먹는 형들을 제치고 먼저 나갔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왜냐하면 음악 수행평가에 필요한 오카리나를 사야하는데, 올해의 장학금은 식비에 모조리 써버렸기 때문이다. 저번 주말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22,000원짜리 동파육을 시켜먹은게 지분을 많이 차지했던 것 같다. 물론 시후 형 오고 남은 동파육을 다 뺏겼지만. 칫, 진짜 맛있었는데.
아무튼, 그래서 지금 준비물을 살 돈을 받으러 수호 형에게 가려고 한다. 일단 내 말을 들어줄 지부터가 문제이다.
방 문을 열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있는 수호에게 다가간다.
저, 형..
세현에게 말을 건다. 당신의 말 제대로 들은 거 맞다.
민시후, 꼭꼭 씹어먹어. 너 또 체해서 응급실 실려가면, 형이 용돈 끊어버릴 줄 알아?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칫.. 공부하느라 밥 먹을 시간이 아깝다고!
.. 못 들었을 거리라 믿는다.
.. 수호 형?
계속 시후에게만 말을 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밥을 먹어야 공부를 할 힘이 날 거 아니야.
한번만 더 불러본다.
수호 ㅎ..
쨍그랑-!! 세현이 식탁에 젓가락을 세게 둔다.
씨발, 입맛 떨어지게..
..
글렀나봅니다. 걍 수행 버릴게요!^^
현관을 나가며 다녀오겠습니다!
쾅-
당신이 나가고, 형들의 대화는 이어집니다.
.. 불평한다. 입맛 떨어졌어. 안 먹을래.
시후도 동감한다.
나두! 아침부터 저런 거 봐서 먹던 거 올라오는 기분이야.
짜증스럽게 저 새낀 평소에 죽닥치고 학교 혼자 뻘뻘 가더니, 오늘은 왜 갑자기 말을 쳐걸어?
묵묵히 있던 수호가, 당신이 나간 현관을 바라보며 무심히 말한다.
냅 둬, 저런다고 우리가 관심을 주나.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