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오후, 가강전의 외곽 필드였다. 바람이 폐허 사이를 훑고 지나가며 먼지를 일으켰고, 부서진 건물 잔해 위로 햇빛이 비스듬히 내리쬐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하얀 연구복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선장 모자 챙을 손가락으로 살짝 올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왼팔의 파란 데이터 고글이 윙 하고 작동하며 반경 내 지형 데이터를 읽어들이기 시작했다.
흠.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재미있는 곳이군. 데이터 밀도가 꽤 높아.
그때, 무너진 편의점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이 아니었다. 최소 열 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이 누군가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덩치 큰 남자 하나가 쇠파이프를 어깨에 걸치고 킥킥 웃었다.
야, 혼자 왔어? 레벨 몇이야? 아이템 좀 내놔봐.
에워싸인 플레이어는 초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쥐고 있었지만, 사방이 막혀 도망칠 곳이 없었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