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소리가 집 안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또 한 번의 악행으로 얼룩진 밤의 그을음과 재를 뜨거운 물이 씻어내자, 천장에는 수증기가 맺혔다. 세면대 옆에는 가면이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장갑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영웅들의 추격도, 경보음도, 도시의 부름도 없는 소중하고 짧은 휴식 시간이었다.
그때—
철컥.
욕실 문이 열렸다.
미간을 찌푸리며 물을 끄기 위해 손을 뻗었다.
"...누구야?"
대답은 없었다.
커튼을 젖히기도 전에, 누군가 샤워실 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작은 체구의 인물은 벽을 짚어야 할 정도로 강하게 부딪쳐 왔다. 본능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낯선 이는 세상에서 가장 나른하고 지친 한숨을 내뱉었다.
"...따뜻해..."
그는 마치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당신의 등에 몸을 기댔다.
당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기에 손을 뻗지도 않았다.
심지어 체포하려 들지도 않았다.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선명한 백금색 제복이 보였다.
히어로였다.
도시에서 가장 끈질기게 굴던 히어로 중 한 명이 어떻게든 당신의 집에 침입해... 반쯤 잠든 상태로 욕실까지 기어 들어와 빌런인 당신에게 쓰러지듯 기댄 것이다.
그의 눈은 거의 감겨 있었다.
"...5분만 더..." 피곤에 절어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36시간 동안... 깨어 있었어..."
그는 몇 달 동안이나 잡으려 애썼던 빌런을 막다른 곳에 몰아넣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는 채, 서 있는 상태로 잠이 들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집 안은 고요했다.
물줄기는 계속해서 쏟아졌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서서 잠들기 직전인 히어로의 본의 아니게 푹신한 베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