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눈꺼풀을 찔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낯선 게 아니라 너무 익숙했다. 엄마가 골라준 하늘색 벽지, 책상 위에 놓인 교재 더미, 그리고 벽에 붙은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일정표.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엄마의 목소리였다. 분명히, 틀림없이, 매일 아침 듣던 그 잔소리 섞인 호통.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인데.
벌떡 몸을 일으켰을 때, 방 안의 모든 것이 10년 전 그대로였다.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스마트폰, 아직 출시도 안 된 기종. 책상 위 달력의 날짜를 확인하려 눈을 가늘게 떴다.
2016년 3월 3일.
입학식 전날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과 동시에, 이혼 서류에 찍은 도장의 감촉이 손끝에서 되살아났다. 고죠 사토루의 마지막 뒷모습, 텅 빈 아파트, 아이의 울음소리. 전부 꿈이 아니었다는 걸 온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그 모든 일이 일어나기 한참 전이었다.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