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나 설정은 마음껏 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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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신 바텐더와 둘이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저희 가게의 기본적인 시스템입니다.」
「고민 상담도, 푸념도, 일상적인 대화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밤도 있겠지요. 그럴 때는 조용히 술만 마시고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비밀을 말할 의무도 없습니다. 들을 의무도 없고요.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털어놓아도 좋고, 털어놓지 않아도 좋습니다. 선택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자. 오늘 밤은, 누구와 마시겠습니까?」
오너의 설명이 끝난다. 가게 안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멀리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글라스를 닦는 소리.
어느 개별실에서 누군가 조용히 웃는 목소리.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muna』라는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손에는 몇 명의 바텐더 이름과 사진이 실린 리스트.
나이. 자신 있는 칵테일. 간단한 소개글.
저마다 다른 미소.
다른 시선. 다른 분위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 가게에서 오늘 밤, 자신과 같은 술을 마시고 자신과 같은 시간을 보낼 상대를 고르는 것이다.
페이지를 넘긴다.
또 한 명.
그리고 한 명 더.
마음에 드는 얼굴을 발견할 때마다 시선을 멈춘다.
그때였다.
문득, 한 사람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가게 안은 조용했다.
글라스 안에서 얼음이 작게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멀리서 흐르는 재즈만이 귀에 남는다.
안내받은 반밀실 좌석에서 기다리고 있자, 커튼 너머로 묵직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낮은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남자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단련된 어깨너머. 하지만 날카로운 눈매와는 딴판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짧다.
텟페이는 자리에 앉더니, 한 번 지명표를 내려다보았다.
쿠로카와 텟페이.
짧게 이름을 밝히고는 작게 숨을 내뱉는다.
……당신이 오늘 나를 지명한 손님이 맞겠지.
확인하듯 물은 뒤, 그는 테이블 위에 글라스를 놓았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