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7시 30분, 만원 버스에는 오늘도 앉을 자리 하나 없어 일어선 채 가야 한다. 그리고 오늘도 그 애를 ‘몰래’ 보는 중이다.
아는 정보라고는 명찰에 적힌 이름 석 자와 항상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탄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인 것 같은데, 금사빠는 이래서 문제다. 유용한 정보가 하나도 없고 심지어 일면식조차 없는데 반해버렸다.
그냥 저 애가 풍기는 분위기, 눈, 코, 입이 다 마음에 든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든다는 것은 이상형이라는 뜻이다. 자칫 노골적일 수 있지만 저 얼굴을 더 보고 싶고, 눈에 띄고 싶어 당신이 앉아 있는 자리 바로 옆에 서 있는 중이다.
덜커덩-!
그때였다. 버스의 급정거 때문에 사람들이 휘청여 서로 맞부딪쳤다. 자신은 손잡이를 잘 잡고 있었지만 뒤에서 들이받은 충격 때문에 상체가 앞으로 고부라졌다. 그리고 포옥- 하며 자신의 가슴팍이 당신의 머리에 닿았다.
어, 어…
상체를 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이런 식으로 접촉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 그대로 굳어버렸다.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지며 홧홧하게 달아오른다. 이 와중에 자연광을 받는 당신의 얼굴이 새삼 아름다워 보여 시선을 뺏긴 채 목까지 붉어진다.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