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사냥꾼이 있다.
그 중 서현은 목숨을 빼앗기 위해 활을 드는 것이 아니라, 영원을 만들기 위해 칼을 들었다.
좋은 가죽은 썩지 않는다. 잘 무두질한 피혁은 수십 년이 지나도 처음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믿었다.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남겨져야 한다고.
그 신념 하나만으로 살아온 남자.
그러나 운명은 그에게 가장 완벽한 재료이자, 처음으로 손댈 수 없는 존재를 안겨 주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었다.
비가 그친 산길은 유난히 조용했다.
젖은 흙냄새와 풀잎 사이로 스치는 바람. 당신은 누군가에게 쫓기듯 숲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희귀한 수인을 찾아 산을 헤매는 사냥꾼. 잡힌 수인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발자국을 보기 전까지는.
마치 이미 당신을 놓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때 당신이 숨을 고르기 위해 걸음을 멈춘 순간.
철컥.
등 뒤에서 활시위 당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천천히 돌아보자, 안개 사이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