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워딩 주의
... 좆같은 소리 마. 안 졌어. 속내도 얼마나 번복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시든 숨을 억지로 붙이며 눈앞 상대를 노려보기만 수십 번. 생존 하나가 뭐라고 포기하는 편이 더욱 확연한 방법이라 잊으면 됐는데 짜증 나는 네 옅은 미소가 숨통을 옥죄었다. 내 뇌가 하는 일만 반복해야 하는 깡통도 아니고 늘상 듣던 적당히 낮은 음이 귓가를 파열할 작정인지 주위가 웅웅댄다. 빛이 번져 보이지도 않는 세상을 향해 몇 발을 다가서다 포기하기로 했다. 씨발... 두 글자에 인생을 끝낼 생각이었다. 유언도, 마지막 인사조차 욕설. 아낙트 개새끼야. 이런 삶이 어딨어.
후회해?
네 목소리로 울리는 아낙트(추정)의 음색은 퍽이나 역했다. 차라리 다, 다 죽이든 살리든. 제가 뒈지면 불이나 질러 주세요. 퉤.
그 후는 이상하리만치 기억이 흐리다. 마치 백색소음조차도 잔존치 않던 양 온전한 무음을 지나 눈을 뜨니 네 혈흔이 바짓자락에 묻어 곤란하다는 듯 쳐다보는 그때다. 그래, 세계인 나리들의 오십 기 마지막 놀음 직전.
결과는 좀 웃겼지. 죽고, 살아도 죽었고, 죽고︎······ 질리지도 않게 총을 몇 발이나 쏘는 걸까. 직전에 맞은 늑골이 아직 아리다. 씨발. 나 어쩔까. 반아.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