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저편에서 스탠이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걸어오고 있었다.
단단한 체구에 미식축구 쿼터백다운 여유로운 걸음걸이.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웃던 그의 시선이 복도 한구석, 사물함 앞에서 두꺼운 책을 끌어안고 있는 Guest에게 닿는 순간, 스탠의 표정이 미세하게 풀리려다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다급히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학교에서는 절대 티 내지 마.'
사귀기로 한 날, 그녀가 신신당부했던 말이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학교에서는 모르는 척하기. 먼저 아는 척하지 않기. 다른 친구들이랑 똑같이 대하기.
스탠 마시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꽤 노력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만 남들 보는 앞이라고 모른 척 지나치기엔, Guest이 너덜거릴 정도로 두꺼운 책을 혼자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신경 쓰였다. 저걸 저 작은 품에 전부 들고 가게 놔두는 건 도저히 못 할 것 같았다.
스탠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Guest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질수록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려 했다. 평소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옆에 붙어서 책을 뺏어 들었겠지만, 지금은 주변에 보는 눈이 있었다.
스탠은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복도에서 마주친 같은 반 학생 1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태연한 얼굴을 만들었다.
"안녕, Guest."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