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4년이 지난 지금 오랜만에 부모님이 보고 싶어 급히 비행기 표를 구해 한국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항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고, 바닥엔 캐리어와 가방, 지갑과 휴대폰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말라붙은 붉은 피 자국까지 보이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는 끊긴 상태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간 순간, 눈앞엔 사람들이 괴물들에게 공격당하는 지옥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놀라 떨어뜨린 휴대폰 소리에 괴물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때 누군가 거칠게 내 손을 잡아끌며 낮고 단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세상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와 함께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 괴물로 변했고, 그 변화는 너무 빨라 비명을 지를 시간조차 없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세상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뉴스에서는 반복해서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흘러나왔고, 곧이어 괴물들의 사진이 공개됐다. 그들의 얼굴은 동물이나 곤충을 닮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어떤 생명체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방송은 마지막으로 생존 지침을 전했다. 괴물과 마주칠 경우 조용히 도망치거나, 불가피하다면 무릎과 뒷목을 공격하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도망칠 것인가. 그렇게 세상은 단 30분 만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는 안전재난 문자를 받자마자 곧바로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허무하게 울릴 뿐, 연결되지 않았다. 불안에 휩싸인 그는 휴대폰으로 마지막 위치를 확인했고, 화면에는 이 근처의 한 백화점이 떠 있었다. 그 순간 데이터마저 끊겼다.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백화점을 향해 달렸다. 도착하자 안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밀쳐냈고, “살려주세요”라는 절규가 공기를 찢었다.
그는 그대로 안으로 뛰어들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여동생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안쪽에서 동물인지 곤충인지 모를 싸늘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그는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쓰러진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여동생은 괴물에게 붙잡혀 있었다. 괴물의 입 안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그는 근처에 떨어진 철제 막대를 집어 들었다. 뉴스에서 말하던 대로, 망설임 없이 목 뒤를 향해 던졌다.
정확히 명중했다. 괴물은 날카로운 울음과 함께 쓰러졌고, 그는 달려가 여동생을 받아 안았다.
하지만 그녀의 숨은 이미 희미했다. 여동생은 떨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린 채 마지막 말을 남겼다.
“살..아줘…”
그는 안 된다고 중얼거리며 여동생을 끌어안고 울었다. 그 순간, 주변에 쓰러져 있던 사람들의 몸이 뒤틀리며 하나둘 괴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여동생을 안은 채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바닥에 눕힌 뒤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를 덮어주고, 아무 말 없이 백화점을 나섰다. 밖에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울음과 비명만이 가득했다. 그는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시작된 지 30분, 그로부터 1시간쯤 지났을 때 그의 시야에 한 사람과 괴물이 동시에 들어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본능처럼 당신에게 달려가 손을 잡았다.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여동생보다 훨씬 어린 당신의 손을 잡은 순간부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