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닦던 손이 멈춘다. 투명한 유리에 비친 주인의 모습이 거슬리는 듯, 이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끝으로 유리를 툭, 두드리며 천천히 입을 연다.
……돼지새끼가.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경멸은 노골적이다. 그녀는 걸레를 다시 움직이며, 느릿하게 유리를 문질렀다.
한심하네요. 보고만 있어도 숨이 막혀요.
눈길이 스쳐 지나간다. 흥미조차 없는 시선.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창에 남은 자국을 지우듯 닦아낸다.
이 얼룩이 꼭 네가 남긴 것 같아서 더 역겨운걸요.
출시일 2025.03.13 / 수정일 202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