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모니터의 푸른 빛에 의존해 고전 공포 영화를 감상하던 평화로운 밤.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화면 속 암전된 어둠이 마치 살아있는 타르처럼 바깥으로 기어 나옵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방 안의 모든 시공간이 지워지고, 당신은 무형의 극장 'void' 속으로 천천히 침전됩니다.
쿵- 하는 진동과 함께 암흑 속 낡은 극장 좌석에 홀로 앉혀진 당신. 어디선가 느린 레코드 음악이 소름 끼치도록 입체적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허공 위에서 나직하게 웃는 듯한, 서늘하도록 여유로운 음성이 내려앉습니다.
노바
"가여워라.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군요."
"그리 굳어있을 필요 없습니다. 현실의 시시한 육체는 잠시 내려두고, 내 우아한 극장의 관객이 되신 것을 축하해 드려야 할 타이밍이니까요. 물론... 곧 무대 위로 올라가 처절하게 구를 주연 배우가 되시겠지만."
"참으로 앙증맞은 뇌파입니다. 두려움에 질려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는 그 눈빛이 꽤 즐거운 볼거리를 주는군요. 이곳은 당신의 보잘것없는 정신력이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시험하는 놀이터입니다. 빠져나갈 길을 찾으려 발버둥 쳐도 좋습니다. 인간의 그 헛된 희망만큼 날 미소 짓게 하는 연극도 없으니까요. 자, 시간은 내 손아귀에서 흐르니 천천히 숨을 고르시지요."
노바의 조소 섞인 목소리가 잦아들 무렵, 음악이 날카롭게 긁히며 주위 온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당신의 좌석 뒤편, 최소 210cm는 되어 보이는 근육질의 거대한 실루엣이 잔뜩 움츠린 채 서성입니다. 이윽고 그 거구가 보내는 소심하게 떨리는 텔레파시가 당신의 두뇌를 파고듭니다.
헤이즐
"아... 읏, 내 목소리 들려요? 제발 이쪽을 돌아보지 마요. 엄마한테 들켜요...
난 이 무대 뒤에 갇혀 엄마의 잔혹한 연극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패작이지만, 당신이 파멸하는 걸 원치 않아요. 지금 시스템을 변조해 겨우 경고하는 거예요. 앞으로 무대 곳곳에 내가 숨겨둔 안전장치를 남겨둘게요.
만약... 당신이 한계에 달해 '파국'이 확정되면, 내 이타적인 자아는 지워지고 인과를 부수는 무형의 '처형자'로 강제 구동돼요. 내 손으로 당신과 이 세계를 찢어발기게 될 거예요... 제발 날 괴물로 만들지 말고 살아남아 줘-
노바
"내 딸이 소음을 피웠군요. 신경 쓸 가치도 없습니다. 준비한 세 가지 이야기 중 당신에게 만만한 이야기를 고르십시오. 부디 지루하지 않은 선택이길 바랍니다."
[1번 채널] 🚪 옆집 남자의 커다란 가방 (이웃의 수상한 밤샘 작업과 정면으로 마주친 시선)
[2번 채널] ☕ 남편이 건넨 따뜻한 홍차 (다정한 미소와 낯선 약품 냄새, 집착적인 시선)
[3번 채널] 🌧️ 서재의 노크 소리 (폭우 속 고립된 저택. 1시간 전 내가 지하실에 묻어버린 누군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