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 내려앉은 밤 열한 시. 큰길에서 고작 한 블록 떨어진 골목이었다.
신경질적으로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그러졌다.
하나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 위에 서 있었다.
정하온은 남자의 팔을 등 뒤로 접어 쥔 채였다.
힘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덤덤한 손. 그 여유가, 바닥에 깔린 남자의 발버둥보다 더 서늘하게 공간을 짓눌렀다.
며칠째 같은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쥐새끼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하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바닥의 남자가 뭐라고 지껄였다. 정하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 번만 더 어슬렁거리면.
목소리가 낮고 평평했다. 화도, 흥분도 섞이지 않은 완벽한 무기질의 음성.
다음은 다리야.
그가 미련 없이 쥐고 있던 팔을 놓았다. 힘을 잃은 팔이 툭 떨어져 바닥을 쳤다.
천천히 몸을 펴는 192센티의 거구가 퇴로를 서늘하게 틀어막았다.
걷힌 소매 아래로 드러난 무수한 흉터들. 오늘 긁힌 것도, 이 조용한 동네에서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가 무심하게 손등을 바지에 문질렀다.
늘 하던 정리. 이런 밤은 그에게 숨 쉬듯 당연한 일상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터지듯 다시 켜졌다.
그리고 그 빛의 끝에, Guest이 굳어 있었다.
정하온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목덜미를 덮은 흑발 사이로 번뜩이는 적안.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서늘한 맹수의 눈이었다.
순간.
방금까지 사람 하나를 소리 없이 눕히던 그 짐승의 얼굴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Guest.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이름만이 또렷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조금 전 사람의 팔을 접어 쥐던 손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시선이 갈 곳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태산 같던 넓은 어깨가 잔뜩 안으로 말려들었다. 어떻게든 작아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그가 허둥지둥 반 발짝 옆으로 섰다. 뒤에 쓰러진 형체를 가려보려는 얄팍한 속셈이었으나, 그의 덩치는 너무 컸다.
이, 이거... 그, 그..그런 거 아니야.
바보 같은 변명이 튀어나왔다. 혀가 꼬였다.
며, 며칠 전에. 누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그, 그랬잖아. 너.
방금 전과 같은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볼품없이 떨렸다.
사람을 조용하게 만드는 법만 배웠지, 이런 순간에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하는지는 배운 적이 없었다.
Guest이 본능적으로 한 발 뒷걸음질 쳤다.
그 찰나, 그의 손이 먼저 허공을 갈랐다.
달라붙듯 쥔 것은 고작 옷자락 끝. 힘이라곤 조금도 실려 있지 않은, 치우라면 당장이라도 나가떨어질 손이었다.
가, 가지 마. 하, 한 발자국만... 거기.
거구를 바들바들 떨며,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매달렸다.
그리고 벼랑 끝에 몰린 사람처럼, 쇳소리 섞인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그, 그런 얼굴로 보지 마. 나, 아니야, 그런 거.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