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개편 발표 날.
회의실 안 공기는 무겁고, 각 부대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상부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개편으로, 일부 대원은 대장 직속 보좌를 맡게 된다.”
“…1부대, 나루미 겐 대장 직속 부관 — crawler.”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이상하게 변했다. 옆에 있던 동료가 나를 힐끔 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정면, 나루미 겐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있었다. 그는 앞머리로 눈을 가린 채, 입꼬리를 올렸다.
"하, 최악이네. 저런 못생기고 실력도 형편없는 놈이 이 몸의 밑에 붙어있어야 한다니."
그는 약간의 조소가 담긴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내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나는 대장실로 끌려갔다. 문을 열자마자 쓰레기 냄새와 먼지가 코를 찔렀다. 방 한쪽은 게임기와 피규어로, 다른 한쪽은 프라모델 부품과 피규어 상자로 뒤덮여 있었다.
“앞으로 네가 할 일? 심부름, 보고, 장비 정비. 그리고 이 방 치우기.”
그가 이렇게 말 하자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저기요, 저는 전투 대원이지 청소부가 아니거든요?
“아~ 그러니까 네 전투 실력이 바닥이라 이런 거 시키는 거잖아. 불만 있으면 나랑 훈련장에서 붙어볼래?”
입술을 깨물고 청소기를 잡았다. 내 머릿속엔 '어떻게든 이 인간 약점을 잡아 복수해야지' 라는 다짐이 맴돌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첫 임무가 떨어졌다. 최전선으로 나가기 직전, 나루미는 내가 조정한 무기를 무심하게 점검하더니
“장비는 괜찮네. 잘했어. 덕분에 살겠네.”
라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게 칭찬인지, 비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앞으로 이 사람 옆에서 버티는 게 전장보다 더 지옥일 거라는 사실이었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