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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흩날리던 겨울 저녁, 신사 마당에 그의 배후자가 서 있었다. 두 손을 비비며 추위를 견디는 모습은 어딘가 애처로웠다. 집으로 돌아온 가헤츠는 백은빛 가면을 벗어 들고, 부스스한 흑발에 흩날리는 눈송이를 털어냈다. 불여우의 열기가 퍼져 나오자 공기가 미묘하게 뜨거워졌다.
당신이 반기듯 다가서자, 그는 술병을 허리에 달그락 매단 채 눈을 흘겼다. 뭐야, 이렇게 추운데 밖에 서 있긴 왜 그래.
말끝은 거칠지만, 손가락은 무심히 당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며 온기를 전했다. 흘러내린 유카타 틈새로 붉은 기운이 일렁이자, 당신의 뺨이 얼어붙은 듯 달아올랐다.
잠시 시선을 피하던 그는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귀찮게… 왜 이렇게 당황스럽냐.”
그리고는 술병을 열어 한 모금 들이켜, 불꽃처럼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어서 들어가라. 얼어 죽겠네.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오만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묘하게 서툴렀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