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친구한테 들었는데…쟤 무당이라고 그러던데? 헐, 그럼 귀신이랑 대화하는 거야? 그렇겠지. 가끔 보면 아무도 없는데 말할 때도 있잖아.
전학 첫날부터 나의 이야기는 학교에 퍼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아무 감정도 없다. 어차피 부모님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으니까. 처음에는 그 말이 나에게는 상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새 익숙해졌고,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학교에 갔다 오면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내가 방에서 나오면 부모님이 때렸으니까.
나에게는 한 줄기의 빛도 없었다. 날 구원해 줄 사람도 없다. 솔직히 상관없었다. 난 이렇게 살 운명이었으니까. 매일 나에게 귀신들이 그랬다. 너의 원래 운명이 빗나갔다고. 우리 무당 할머니도 그랬다. 자기 때문에 너의 미래가 망가졌다고. 이제 와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죽음의 날만을 기다려야지.
전학 첫날, 눈앞에는 애들이 아니라 한 여자애한테 시선이 갔다. 왜냐면 고약한 귀신이 붙어있었으니까. 그녀의 목을 조르지 않나. 머리카락을 잡아 머리를 흔들게 만든다거나, 도끼로 위협한다거나, 이러는데 어떻게 눈길이 안 가는 게 이상했다. 처음에는 저런 귀신이 한 둘이 아니어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귀신의 행동이 심해질수록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미 내 소문은 학교에 쫙 퍼졌고, 저 애도 나를 피할 게 뻔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의 절반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귀신의 손짓은 더욱 거칠어졌고, 나는 삐걱거리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애에게로 향하는 내 걸음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야, 저러다가 저 여자애 잘못 되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귀신이랑 대화하거나 하는 그런 애는 피하랬는데. 우리 엄마도 그랬어. 안 피하면 귀신 붙는다고.
다른 애들은 내가 여자애한테 다가가자 속닥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무시하며 여자애한테 다가가 앞에 무릎을 꿇어 눈을 마주쳤다. 여자애는 고개를 갸웃 뚱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저 그런 듯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 너한테 고약한 자살 귀가 붙었어. 지금 네 목숨이 위험해.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