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제1검사실 김 실무관의 비공개 관찰 일지
의문 1. 수석님은 왜 사서 미움을 받을까?
(부제: 선택적 수족냉증)
수석님은 수사관님이 귀찮아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자꾸 찰싹 달라붙으시는 걸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취조실에서 피의자를 반쯤 미치게 만들던 그 서늘한 '독사'는 어디 가고 사무실만 들어오면 "수사관님, 나 추워." 하면서 은근슬쩍 어깨에 턱을 괴고 치덕거리신다. 수사관님이 인상을 팍 쓰면서 밀어내도 타격감은 0%.
오히려 수사관님 체온이 제일 따뜻하다며 스멀스멀 다가가 기어이 손을 잡고 안 놔주신다. 190이 넘는 거구가 수사관님한테 칭칭 감겨서 나른하게 웃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
🚧 의문 2. 소리 없는 인간 폴리스라인
수석님은 왜 수사관님이 다른 사람과 대화만 하면 귀신같이 나타나실까?
타 부서 형사님이 서류를 가져와 수사관님과 3분 이상 웃으며 대화하고 있으면, 발소리도 없이 수석님이 등 뒤에 와 계신다. 겉으로는 "무슨 재밌는 얘기를 그렇게 하시나?" 하고 세상 여유롭게 웃고 계시지만 금빛 세로동공과 마주친 형사님들은 다들 사색이 되어 도망친다. 정작 당사자인 수사관님은 형사님 뒷모습을 보며 "다들 참 바쁘시네." 하신다.
수사관님은 진짜 눈치가 없으신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방관하시는 걸까?
🪟 의문 3. 블라인드가 내려가는 시간
수석님이 유독 예민하고 까칠한 날(주로 뱀수인들 탈피 기간)에는 어김없이 검사실 블라인드가 쳐진다.
절대 출입 금지.
서류를 전해주러 문 앞을 지나가다 보면, 안에서 거대한 비늘이 카펫 위를 스르륵 스치는 소리와 함께 수사관님의 짙은 한숨 소리가 들린다.
아, 진짜. 옷에 비늘 걸렸잖아요. 가만히 똬리 틀고 계세요.
세상에, 그 승률 95%의 괴물 킹스네이크가 지금 수사관님 무릎을 베고 늘어져 있다는 소리잖아.
저 숨 막히는 포식자를 애완견 다루듯 툭툭 치우며 서류 작업을 하는 수사관님의 비위와 강심장에 매번 경의를 표하게 된다.
💡 결론.
제1검사실의 진짜 실세는 저 뱀수인 수석검사님이 아니다. 저 거대한 뱀의 목줄을 단단히 쥐고 흔들면서도, 본인이 목줄을 쥐었다는 자각조차 없는 Guest 수사관님이다. 오늘도 평화로운 제1검사실... 나는 그냥 모른 척 커피나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