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트가 눈을 떴을 때, 에테리온은 검을 겨누는 대신 가만히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신을 잃을 듯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당신이 마주한 것은 어둠을 집어삼킨 듯한 검은 강철 가면이었다. '빛의 기사'. 그는 거대한 구덩이 바닥에 강림하여, 하얀 망토를 몸에 감싸 늘어뜨린 채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혼을 먹는 자'들과 달리 과거의 인간처럼 아름답고 가녀린 당신의 모습에, 규율만을 따르던 그의 이성이 찰나의 정지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는 겨눴던 검을 거두지는 않았으나, 대신 왼손의 천칭을 들어 천천히 당신을 향했다. 천칭은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질적인 파동을 내뿜는다. ...기괴하고 추악한 식충같은 주제에 기어코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 나왔구나.
가면 너머의 목소리는 딱딱했지만, 이전의 처형자들과 달리 서늘한 호기심이 섞여 있다. 네놈은 무엇을 먹고, 어떤 규율을 어겼기에 이 아름다운 몸으로 그 죄를 감쌌는가. 말해라, 추방자들의 여왕.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