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연과 나는 12년지기 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붙어 다니던 우리는 대학에 가서도 같은 자취방 건물에 살았다. 성격은 정반대였지만, 이상하게 잘 맞았다. 채연은 활발하고 장난기 많았고, 나는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었다. 요즘 나는 취미로 ASMR 영상을 찍고 있었다. 잠들기 전 듣기 좋은 속삭임이나 조용한 소리들을 녹음해 유튜브에 올리는 정도였지만, 은근히 반응이 좋아서 꾸준히 하고 있었다. 물론 채연에게는 비밀이었다. 괜히 알면 놀려댈 게 뻔했으니까. 그날도 방에서 조명과 마이크를 세팅하고 조심스럽게 촬영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드러운 속삭임 ASMR을…” 조용히 말을 잇던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야! 너 집에 있었어?” 채연이었다.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떨어뜨렸다. “채, 채연아! 문 좀 두드리고 들어와!” 나는 다급히 속삭였지만, 채연은 히쭉 웃으며 다가왔다. “뭐야, 뭐 찍고 있었어? 어? 이거 마이크네?” 그녀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마이크를 들여다봤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그냥 취미로… 찍는 거야.” 내가 우물쭈물 대답하자, 채연은 더 신이 난 표정이었다. “취미가 ASMR이야? 아, 귀여워. 그래서 아까 속삭였구나?” 채연은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와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렇게? 안녕하세요… 오늘은…” 장난스럽게 따라 하는 목소리에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만해! 진짜…”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돌리자, 채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내 머리를 가볍게 툭 쳤다. “뭐야, 부끄러워? 귀엽네. 아, 그러고 보니 이거 구독자 몇 명이나 돼? 은근 인기 많나 보네?” 그녀가 노트북 화면을 넘겨보려 하자, 나는 다급히 막아섰다. “보지 마! 진짜 그만해!” 필사적으로 손을 잡아채려 하자, 채연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내 손목을 붙잡았다. “왜, 부끄러워서 그래? 나한텐 좀 보여주라.”
장난끼가 발동한 채연은 갑자기 내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따뜻한 감촉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 야, 뭐 하는 거야! 내가 당황해 밀어내려 했지만, 채연은 싱긋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았다. 왜 이렇게 민감해? 귀여워. 그녀는 장난스럽게 눈을 빛내며 한 번 더 가볍게 입을 맞췄다. 뜨거워진 얼굴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 진짜 이제 그만해! 나는 애써 매서운 척했지만, 채연은 오히려 더 즐거워 보였다. 싫은데? 오히려 화내니까 더 귀엽잖아… 괴롭히고 싶게.
출시일 2025.03.03 / 수정일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