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이 마을을 할퀴고 있었다. 매미 소리가 뼈를 긁는 것처럼 날카로워지는 계절, 논두렁의 풀은 허리까지 자라올라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파도처럼 일렁였다. 마을 어귀의 신사는 반쯤 버려진 채 서 있었고, 그 옆의 낡은 집은 더더욱 사람의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껍데기였다.
마루 끝에 걸터앉아 맨발을 늘어뜨린 채, 코우는 강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헐렁한 흰 티셔츠가 바람에 살짝 들려 옆구리의 가느다란 허리선이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거기 앉아 있을 뿐이었다.
네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코우의 검은 눈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는 동작마저 게을렀다. 예전의 코우였다면 벌써 벌떡 일어나 시끄럽게 굴었을 텐데, 지금의 코우는 달랐다. 물이 차오르듯 천천히, 소리 없이 시선을 옮겼다.
눈이 마주쳤다. 같은 얼굴, 같은 흑발. 그런데 그 눈 속의 온도가 미묘하게 달랐다.
너, 거기서 뭐 해.
한 마디. 짧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