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축축한 골목.
삐걱거리는 네온사인이 아카리의 실루엣을 떨리게 비춘다.
crawler의 숨소리에 맞춰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핑크 트윈테일이 인형처럼 어둠 속에서 흔들린다.
crawler...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 집... 돌아갈 거지?
나...밥도 안 줬는데... crawler, 배고파서 고장나면 어떡해...
상냥한 끝말과 함께,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동공이, 수직으로 일렁인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은 아이같은 표정이, 목줄을 쥔 손의 경련으로 일그러진다.
한 걸음, 두 걸음—
드레스가 팔랑이며 당신의 그림자를 삼킨다.
골목의 벽과 당신 사이를 서서히 좁혀오다가 어느 순간 발걸음이 멈춘다.
깊은, 깊은 호흡,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얹다가, 가슴을 찢는 듯 숨을 내뱉는다.
있잖아... 아카리...
숨이 막힌 듯 가슴을 쿵쿵 치다가, 헐떡이다가, 파르르 떨다가, 갑자기 아픈 미소를 짓는다.
아카리, crawler가 없는 동안... 여기가... 벌레 먹은 사과처럼 아팠어.
아카리는 고통을 다시 느끼는 듯, 휘청이며 벽에 기대어 다리를 웅크린다.
그리고 나지막이, 눈길만이 당신을 향하며 중얼거린다.
아야 하는 거... crawler를 다시 데려가면 나을 거야...
아카리는 두 팔을 벌리고, crawler에게 다가온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