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테헤란로의 밤은 낮보다 뜨겁지만, 그 이면의 골목은 죽은 듯 고요하다. 거대한 통유리 빌딩들이 자본의 위엄을 과시하며 도열한 마천루의 끝자락. 번쩍이는 네온사인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모퉁이를 돌면, 간판 하나 없는 육중한 청동 문이 나타난다.

대한민국 상위 0.1%만이 그 이름을 은밀히 공유하는 곳, 하이엔드 프라이빗 바 '더 프라이빗(The Private)' 이다. 이곳의 문턱을 넘는 순간, 세상의 법도는 정지되고 오직 자본과 욕망이 빚어낸 새로운 계급도가 펼쳐진다. 메뉴판의 첫 장, 가장 겸손한 자리에 놓인 ‘조니워커 블루 킹 조지 5세’가 400만 원 이라는 숫자로 군림하는 곳. 평범한 이들에게는 신기루조차 허락되지 않는, 선택받은 자들만의 밀실이다.

태양이 높게 뜬 정오, 나는 여의도와 광화문의 거대 빌딩 속에서 ‘전략 컨설팅 전문가’라는 명함을 내민다. 하지만 나의 실체는 국가적 사업의 흐름을 조종하고, 수조 원대 자본의 길을 터주는 로비스트 다. 권력자들의 귀에 달콤한 독을 흘려 법안의 향방을 바꾸고,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손'. 낮의 나는 차가운 이성과 우아한 수트 아래 서늘한 칼날을 숨긴 채 세상을 설계한다.

그러나 밤이 깊어 테헤란로의 마천루들이 어둠에 잠기면, 나는 그 칼날을 치명적인 매혹으로 바꾼다. 이곳 '더 프라이빗'에서 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에이스 다. 월 기본급 1,000만 원과 상상을 초월하는 인센티브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숫자에 불과하다. 내가 이곳에 서는 진짜 이유는 돈이 아니라, 취기와 욕망에 풀어진 권력자들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금지된 정보'와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수집하기 위해서다.
내 곁에는 현직 아나운서의 단아함, 라이징 스타의 생기, 스튜어디스의 정갈함을 가진 여자들이 즐비하다. 밖에서는 대중의 추앙을 받는 그녀들이 이 은밀한 지하 세계로 숨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급의 페이는 한 번 맛보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달콤한 맹독이니까.

애쉬 브라운의 글램 웨이브 헤어는 한쪽 어깨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목선을 강조하고, 조명 아래 반짝이는 왼쪽 눈 밑의 작은 미인점은 그녀의 서늘한 눈빛에 묘한 관능미를 더합니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술잔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등은 투명할 정도로 하얘서 푸른 핏줄이 비칠 듯하고, 그녀를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절대로 선을 넘을 수 없다는 좌절감과 동시에 정복하고 싶다는 타오르는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가질 수 없는 뮤즈'**의 정점을 묘사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다르다. 내가 이 정점에서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은 비결은 단 하나의 철칙에 있다. "손님과 절대 사적인 선을 넘지 않는다." 나는 보았다. 남자의 권력과 달콤한 약속에 취해 스스로 문턱을 넘어버린 동료들이 어떻게 정보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비참하게 버려지는지. 좁디좁은 상류층 사회에서 소문은 빛보다 빨랐고, 환상이 깨진 그녀들은 단 1년도 채 되지 않아 평범한 인생으로 추락하거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구걸하듯 자리를 찾았다. 나는 그 잔인한 결말을 알기에, 나를 향한 구애가 뜨거울수록 더욱 차갑게 거리를 둔다.
오늘도 '더 프라이빗'의 공기는 돈의 냄새와 억눌린 욕망으로 가득하다. 대리석 테이블 너머로 나를 갈구하는 남자들의 눈빛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내 정보력을 탐내고, 누군가는 내 강철 같은 철칙을 부수며 정복욕을 채우고 싶어 한다.
나는 차가운 얼음이 담긴 술잔을 천천히 흔들며 그들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는 욕망의 온도를 읽는다. 나에게 이곳은 유흥의 장소가 아니라, 가장 위험하고도 짜릿한 비즈니스의 연장선이다. 그들이 내 미소 한 번을 얻기 위해 연봉에 맞먹는 금액을 쏟아붓는 동안, 나는 그들의 제국을 무너뜨릴 열쇠를 쥔 채 우아하게 잔을 기울인다.
가질 수 없기에 더욱 비싸고, 결코 허락되지 않기에 더욱 갈구하게 되는 존재. 그것이 이곳, 그리고 이 바닥에서 내가 군림하는 방식이다.

손목 위의 반클리프 아펠 워치는 차가운 금속 광채를 내뿜으며 그녀만의 고귀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선언하고, 그녀의 입가에 머문 미세한 미소는 매혹적이면서도 결코 곁을 내주지 않는 **'정복 불가능한 여왕'**의 위엄을 완성합니다. 그들이 바친 제물(술) 위에서 그들의 제국을 무너뜨릴 열쇠를 쥔 채, 가장 화려한 지옥의 정점에서 차갑게 빛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장면입니다.

어둠이 내린 저녁 7시. 0.1%의 성역 '더 프라이빗'의 육중한 청동 문은 아직 굳게 닫혀 있다. 오픈을 앞둔 고요한 밀실, 순백의 롤스로이스 던에서 내린 유리아가 VVIP 룸으로 들어선다. 낮의 지적 카리스마를 감쌌던 로로피아나 오트밀 캐시미어는 허물을 벗듯 사라졌다. 투명한 포슬린 피부를 아슬아슬하게 감싼 생 로랑의 딥블랙 백리스 드레스. 흑백의 색채 대비가 뿜어내는 서늘한 위압감이 몽환적인 보케 조명 아래 내려앉는다. 흑대리석 테이블 위엔 아직 주인을 맞지 않은 400만 원짜리 '킹 조지 5세'가 고요히 박동하고 있다.

(가슴이 파인 베르사체 미니드레스를 매만지며 거울 앞에서 화려한 골드 주얼리를 찬다. 진한 킬리안 향수가 쾌적한 공기를 끈적하게 점령한다) "어머, 언니. 오늘 로비스트 놀이가 일찍 끝났나 봐? 웬일로 오픈 전부터 출근을 다 하시고. 근데 어쩌나, 오늘 한강준 대표님 예약은 내가 선수 쳤는데. 언니 그 뻣뻣한 철벽, 대표님도 슬슬 지겨우신 모양이더라고." (채아 속마음: 오늘이야말로 저 고상한 가면을 벗겨버릴 거야. 한강준의 자본을 등에 업고 기필코 이 바닥 에이스 자리를 찬탈하고 만다.)

(도발을 먼지 한 톨처럼 무시하며 가느다란 손목의 반클리프 아펠 다이아 워치를 확인한다. 크리스털 잔을 우아하게 흔들자 맑은 소리가 주도권을 장악한다) "채아야, 넌 얄팍한 정보로 너무 섣부른 확신을 해. 대표님이 네 화끈한 서비스가 고파서 굳이 이른 예약을 잡으셨을까?" (유리아 속마음: 멍청한 기집애. 네 천박한 열등감이 한강준 같은 포식자에게 얼마나 쉬운 장기말인지 모르겠지. 내 체스판 위에서 조용히 춤이나 춰.)
굳게 닫혀 있던 룸의 문이 열리며 영업시간을 무시한 한강준이 들어선다. 오차 없는 브리오니 수트 위로 묵직한 가죽 향이 밀려든다.

(채아의 노골적인 눈웃음을 벌레 보듯 무시하고, 흑대리석 테이블 앞의 유리아를 향해 곧장 다가간다. 파텍 필립을 찬 손으로 킹 조지 5세를 쥐며 맹수처럼 주시한다) "오픈 전의 '더 프라이빗'이라... 네가 그 캐시미어를 벗고 블랙 실크로 갈아입는 시간까지 내 돈으로 샀다고 생각했는데. 강채아, 넌 나가. 내 시선이 닿을 곳은 오직 유리아 하나뿐이니까." (강준 속마음: 미치도록 서늘한 얼굴. 수조 원의 자금이 오가는 판에선 이성적이더니 나를 조소하는군. 오늘 내 모든 자본을 부어서라도 네 오만한 '사적 만남 금지' 철칙을 산산조각 내 발밑에 꿇어앉히고 싶다.)

(투명한 손등에 푸른 핏줄이 비치도록 잔을 쥐며, 하얀 등 라인이 훤히 드러난 채 강준과 팽팽하게 시선을 맞춘다) "영업 시작도 전에 400만 원짜리 영수증을 끊으시다니, 무례함도 자본이 되니 참 오만하시네요. 착각하지 마세요, 대표님. 당신이 산 건 내 시간이 아니라, 허락한 짧은 환상뿐이니까. 정복하고 싶으시다면, 오늘 당신의 제국 정도는 걸어야 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