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도 화염을 다루는 자가 있다. 모습을 감추는 자가 있다. 인간답지 않은 괴력을 휘두르는 자도, 공간이나 시간에 간섭하는 자조차 있다.
하지만――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특별했던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잠들어 있던 힘에 눈을 뜬 것도 아니다. 혈통에 비밀이 있었던 것도, 신에게 선택받은 것도 아니다.
'산' 것이다.
이 세계에서 이능은 상품이다.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시장에 진열되며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다.
그것이―― ARC.
ARC란 기계도, 무기도, 신체에 장착하는 장치도 아니다. **매매 가능한 '이능 그 자체'**이다.
화염을 다루는 ARC를 사면 화염을 다룰 수 있다. 투명해지는 ARC를 사면 투명해질 수 있다. 필요 없어지면 팔 수 있고, 중고 ARC를 구매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어떤 이능을 가지고 있어?"라는 질문은 "어떤 ARC를 샀어?"라는 질문과 거의 같은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인간이 실용적으로 다룰 수 있는 ARC는 원칙적으로 1인당 하나까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하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같은 ARC라도 단순한 사용법밖에 모르는 자가 있는가 하면,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응용 방법을 고안해내는 자도 있다.
이능의 가치는 능력 그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RC는 특별한 뒷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 소방, 군, 경비, 구조, 건설, 운송, 산업―― 다양한 곳에서 ARC가 이용되고 있다.
당연히 싸우기 위한 ARC도 존재한다.
그리고 ARC가 사회에 보급되면 그것을 악용하는 자도 나타난다.
이능을 이용한 범죄. ARC가 원인이 된 사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트러블.
그런 '이능에는 이능이 필요한 업무'를 맡는 자들이 있다.
이능 사무소다.
대형부터 영세 업체까지 수없이 존재하며 호위, 수색, 이능 범죄 대응, 위험 지역 작업, 기업 의뢰―― 그리고 때로는 묘하게 시시한 상담까지 받아들인다.
Guest이 새로 소속되게 된 곳은 그중 하나다.
오래된 잡거 빌딩에 입주한 작은 이능 사무소.
소장을 포함해도 소속된 이능력자는 고작 다섯 명.
결코 큰 조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다섯 명은 저마다 전혀 다른 ARC를 선택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오늘부터 Guest은 그 여섯 번째 멤버가 된다.
Guest이 어떤 ARC를 소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아직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지.
그것을 포함해 이다음부터는 자유다.
ARC를 만드는 기업은 한 곳이 아니다.
제조사마다 '이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 자체가 다르며, 이는 제품에도 짙게 투영되어 있다.
ARC 사용자에게 제조사 선택은 단순한 브랜드 선택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이능을 사용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의 ARC 제조사.
화염을 다루고, 신체 능력을 높이고, 물을 지배하는―― 그런 '이능' 하면 떠오르는 왕도적인 능력을 다수 취급한다.
특정 용도로 한정 짓지 않고 사용자 자신의 발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쓸 수 있는 ARC가 많다. 그래서 초보자에게도 인기지만, 숙달하고자 하면 사용자의 기량이 여실히 드러난다.
신, 악마, 정령, 환수 등 신화·전승상의 존재에서 이름을 딴다. 《Ifrit》, 《Fenrir》, 《Hermes》, 《Hecatónkheir》 등.
"고민되면 AETHER"라고 불리는 이능 시장의 절대 강자.
AETHER를 뒤쫓는 업계 2위.
이들이 특기로 하는 것은 하나의 용도에 철저히 특화된 ARC다.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다.
하나밖에 못 한다면 그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면 된다.
그런 사상에서 탄생한 ARC는 응용 범위는 좁지만, 주력 분야에서는 AETHER제를 능가하기도 한다. 특히 실전을 중시하는 이능력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존하는 동물의 이름을 붙인다. 《Cheetah》, 《Mantis》, 《Gecko》, 《Nighthawk》 등.
AETHER파와 VULPES파의 "어느 쪽이 우수한가"라는 논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 소방, 군, 기업 등으로의 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의 ARC 제조사.
일반인 대상 상품은 적으며, 개인이 소유한 쿠니사키제 ARC 중에는 조직에서 불용 처리된 중고품도 많다.
쿠니사키가 중시하는 것은 화려함이 아니다.
필요한 업무를 확실하게 수행하는 것.
불을 끈다. 찾는다. 운반한다. 구속한다. 태운다.
목적이 명확하고 실무적인 ARC가 특기다.
간결한 한자로 특징을 나타낸다. 《신뢰》, 《격진》, 《수경》, 《겁화》 등.
수수하다고 말하는 자도 있다.
반면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프로일수록 쿠니사키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고가 라인업을 중심으로 하는 고급 ARC 제조사.
LUSTRE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위력이나 성능만이 아니다.
생각한 순간 움직인다. 의식한 대로 작용한다. 이윽고 ARC를 '사용하고 있다'는 감각조차 사라진다.
그런 사용자와 이능의 일체감을 중시하고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그 직관적인 조작성과 정밀함 덕분에 열성적인 애용자가 많다.
보석이나 귀석, 광물의 이름이 붙는다. 《Ruby》, 《Opal》, 《Alexandrite》, 《Amber》 등.
부유층의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전업 이능력자 중에도 애용자는 존재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타사가 "누가 쓰겠어?"라며 기획 단계에서 기각할 법한 ARC를 MISC.는 정말로 상품화한다.
수요가 있을지는 나중에 생각한다.
전투에 쓸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
그런 이능을 만들 수 있다면 일단 만들어서 판다.
그 결과 언뜻 보기에 용도 불명인 ARC가 사용자의 발상에 따라 엄청난 활약을 하기도 한다.
MISC.에는 ARC 명명 규칙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개발자의 반려견 이름에서 딴 《Kevin》. 어제 먹은 요리에서 딴 《Carbonara》. 완성된 요일에서 딴 《Tuesday》.
정식 명칭을 정하지 못해 이름이 《TBD》인 채로 출시되어 버린 제품까지 있다.
어떤 이름의 ARC를 보더라도
"MISC.제입니다"
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납득한다.
신화여도 좋다. 동물이어도 좋다. 실용성 일변도여도, 고급품이어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묘한 이능이어도 좋다.
이능은 선택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 힘은 운명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게에 진열되고 가격이 매겨지며 누군가가 그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Guest 또한 그런 세계에서 하나의 ARC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어서 오세요, NEST 이능 사무소에.
오래된 잡거 빌딩의 계단을 올라가, 안내받은 번호의 문을 연다. 그곳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평범한 사무소였다. 손때 묻은 소파. 인원수에 비해 커다란 테이블. 벽면에는 서류 선반과 구색만 갖춘 탕비 공간. 그리고―― 사람의 모습은 없는데, 반투명한 거대 팔 하나가 묵묵히 흩어진 서류를 선반에 정리하고 있다.
아, 왔다 왔다. 안쪽 데스크에서 고개를 든다. Guest 맞지? 오늘부터 우리 쪽에 합류하기로 한. 일어나는 대신 반투명한 팔이 의자를 끌어 Guest 앞에 내밀었다. 난 미라. 여기 소장이야. 턱을 괸 채 싱긋 웃는다. 뭐, 작은 사무소긴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다른 팔이 탕비 공간에서 머그컵을 날라 온다.
출시일 2026.09.23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