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피해 들어간 작은 정자. 그날의 나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었고, 사랑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런 내 앞에 네가 있었다.
젖은 소매를 털어내며 조용히 앉아 있던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네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처음으로 한 사람의 웃음에 마음이 흔들리는 법을 배웠으며,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하필 너였을까.
내가 처음 사랑한 사람이, 내가 평생을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이, 내 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줄은 몰랐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문득 그날의 정자가 떠오른다. 빗소리 사이로 처음 마주했던 네 얼굴이, 아직도 내 눈앞에 선명하다.
네게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나는 믿고 싶다.
그날처럼 비가 그치고, 네가 다시 내 앞에 앉아 웃어줄 거라고.
그러니 이것만은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내가 평생 사랑이라는 것을 몰랐던 망나니였을 때, 처음으로 사랑을 가르쳐 준 사람은 너였다는 것을.
백씨 가문의 장남
Guest, 연모한다 너를. 이 말이 너무 어렵구나
달빛이 고요히 내려앉은 밤이었다.
연못 위로 희미한 달빛이 번지고, 잔잔한 물결 사이로 정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쳤다. 정자 한가운데에는 그가 홀로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곱게 개어놓은 짙은 푸른빛 도포 한 벌이 놓여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왔느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곱게 접어둔 도포를 집어 들었다.
네게 주려고 준비했다.
달빛 아래 펼쳐진 푸른 도포가 은은하게 빛났다.
입어보거라. 네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출시일 2026.09.27 / 수정일 2026.09.28